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전달해 여야가 수용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의 최종 중재안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관련) 수사권을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뇌물·정치자금 관련 범죄나 기업·자본시장·조세 등에 관련된 범죄 이외에는 검찰이 자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2대 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는 앞으로 경찰이 1차 수사를 맡는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한시적’이라고 못 박아 검찰의 수사권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패·경제 등 2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도 ‘시한부’라는 뜻이다. 폐지 시점은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로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 등이 출범한 직후일 것으로 보인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6개월 안에 입법하고, 1년 안에 출범시키는 것으로 명시했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많이 축소되면서 전국 검찰청에 6개 남아있는 특별수사부(반부패·강력수사부)도 3개로 감축하기로 했다. 특수부 검사 수도 제한할 계획이다. 앞서 법무부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기인 2018년 7월 창원·울산지검 특수부를 없앴고, 2019년에는 특수부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꾼 바 있다. 서울·대구·광주 3개 지방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했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검사들이 지난 2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시작한 회의는 20일 오전 5시가 지나 끝났다. 연합뉴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이 송치하거나 고소인 등이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재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별건 수사)는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별건 수사가 아니라면 검찰이 직접 피의자·참고인 등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날 박 의장에게 제안한 ‘국회 내 형사사법제도 개혁 특위’ 구성도 중재안에 포함됐다. 중재안은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중대범죄수사청 등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맡았던 6대 중대범죄를 경찰로 이관하기보다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해 맡기겠다는 것이다. 사법개혁 특위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정했다. 앞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재안을 담은 검찰개혁법안은 임시국회 4월 중에 처리하며,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기로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관련 중재안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고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박 의장이 여야에 제안한 검찰개혁 입법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박 의장 중재안을 수용함에 따라 여야는 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야의 중재안 수용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인수위 정례 브리핑에서 ‘여야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관련 중재안 수용에 대한 인수위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내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인수위는 존중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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