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왼쪽)·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을 푼 것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덕분이었다. 박 의장은 이번 국면에서 미국·캐나다 순방 일정까지 미루며 여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도출해내고 국회 파국을 막은 ‘막후 조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장은 지난 19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연락해 오는 23일부터 예정된 북미 지역 순방 일정을 미룰 테니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해보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박 의장은 20일 오전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며 양쪽의 쟁점을 좁혀나갔고, 저녁에는 한남동 공관에서 만나 자정이 넘도록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박 의장이) 지난주부터 전문가는 물론 여야 원내대표와 지도부, 정계 원로, 전직 의장, 전·현직 의원들, 김부겸 국무총리, 정부 내 책임이 있는 분들을 계속 만나며 두루 의견을 청취했다”며 “구상을 가다듬은 뒤 두 당 원내대표를 만나 전달하고 합의 문구를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처리에 의지가 강했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지난 사흘간 두루 만나며 현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한다.
이날 전격적인 여야 합의로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던 국회 파국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박 의장의 ‘키맨’ 역할에도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두고 여야가 충돌 때도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법안 상정을 미루고 국회 특위를 통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중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야 4대 2 비율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박 의장은 국회법상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회의를 연기했다.
두 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재안을 도출한 박 의장의 리더십을 추어올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가 극한적 대립양상으로 치달은 순간에 박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혜안으로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를 끌어낼 수 있어 감사드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희로서는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과 4월 중 합의 처리가 수용됐고, 향후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연방수사국) 설치와 같은 국가의 반부패 수사역량을 더 고도화·전문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향후 국회에서 국민이 보다 평안한 삶을 누리고 피해가 없도록 꼼꼼한 입법 보완 조치를 통해 뒷받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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