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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수사권 충돌 극적 봉합된 까닭…중수청 등 동상이몽 가능성도

등록 2022-04-22 19:11수정 2022-04-23 02:30

여야 극한 갈등 극적 봉합
박병석 중재안 여야 수용…28 또는 29일 본회의 처리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하되 보완 수사권은 유지로 절충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서명을 마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서명을 마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여야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명분을, 국민의힘은 ‘검찰 보완 수사권 유지’라는 실리를 챙기며 양쪽 모두 반발짝씩 양보한 끝에 타협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한 끝에 박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직접수사권의 경우도 이른바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연방수사국)’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전국 검찰청에 남아있는 6개 특별수사부(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줄이고, 특수부 검사 수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사건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은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보충 수사권을 인정해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게 하면서도, 이를 명분으로 인지수사와 별건조사는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여야는 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위한 입법을 6개월 안에 마무리 짓고, 1년 이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양당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에 가깝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은 별건 수사 금지를 조건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해 야당에도 수용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과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 ‘한국형 에프비아이 설립’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가 의장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 우리 뜻이 그대로 다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재안에서 부족한 부분은 향후 보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의원총회 뒤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보충 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중재안은) 보완 수사권과 2차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부정부패와 대형 중대범죄(경제) 2개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이 보유하는 내용”이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야 의원총회장에 오른 중재안이 큰 반발 없이 당내 동의를 얻을 수 있던 것은 ‘충분한 사전조율’이 밑바탕이 됐고, 극한 대치에 따른 비판 여론에 여야 모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김용민 의원 등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주장하며 중재안에 반대했지만, 다수의 의원들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 나온 안을 수용하지 않는 데 따른 부담이 클 것이라며 중재안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권 원내대표의 설명을 들은 의원들이 대체로 중재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여야는 다음주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가다듬은 뒤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법사위에서 법안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도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요건인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이라는 조항(2항)과 ‘중수청 출범시’ 조항(5항)이 추상적인데다, 선택적 개념인지 필요충분 조건인지 분명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에 중수청 출범 시기를 법안에 못박아야 한다거나, 검찰에 남은 2대 범죄 수사권 폐지 시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차장과 일선 고검장들이 집단 사퇴하는 등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민주당 강성파 의원들이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법권을 가진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는데,박 의장이 자문그룹을 통해 만든 안을 최종적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헌법파괴적이고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기자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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