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사용할 대통령 관저로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검토하는 배경에 부인 김건희씨의 ‘현장 답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윤 당선자보다 며칠 앞서 외교부 공관을 둘러보며 정원과 주변 경관을 마음에 들어 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김씨는 지난주 외교부 공관을 방문해 집 안팎을 살펴봤다. 김씨는 외교부 장관이 종종 다른 나라 외교관들을 초대해 리셉션(연회)을 여는 용도로 쓰는 정원을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정원에 있는 키 큰 나무 하나를 콕 짚어 “베어내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다녀간 뒤 며칠 지나서, 윤 당선자도 공관을 찾아왔다. 그러나 정의용 외교부 장관 쪽과 사전 약속 없이 ‘깜짝 방문’해 당혹감을 안겼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대안을 찾다 보니 사전 협의와 조율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윤 당선자는 앞서 대선 11일 만인 지난달 20일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임시 관저로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 쪽은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47년 된 건물이다 보니 비도 새고 거의 재건축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입주 결정을 철회했다. 그 뒤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게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인데, 그 결정에 윤 당선자 부인인 김건희씨가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편, 인수위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는 <한겨레> 보도 다음날인 24일 입장문을 내어 “윤석열 당선인이 외교부 장관 공관을 찾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은 관저 이전과 관련해 외교부 장관 공관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장관 쪽과 사전 약속 없이 깜짝 방문해 당혹감을 안겼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실무자 방문 시에도 공관 관리자 측과 사전협의를 통해 불편함 없는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가 공관 정원에 있는 키 큰 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 관저 이전 작업은 주민불편, 소요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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