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논의하는 생활방역위원회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산하로 이관해 방역 정책의 무게중심을 방대본으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겨레> 취재를 26일 종합하면, 인수위는 청와대 방역기획관 폐지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방역기획관은 처음부터 불필요한 직책이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이 멀쩡히 있는데 ‘옥상옥’ 방역기획관이 왜 필요한가. 처음부터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첫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했다. 초유의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방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청와대 사회수석과 사회정책비서관실이 맡아줘야 하는데, 사회수석과 사회정책비서관이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가 아닌 경우 방역 정책의 조정자 역할을 할 직제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현장에서 방역 정책을 결정해야 할 질병관리청장과 이를 관장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직제 편성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러한 직제 변화 검토는 새 정부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응 거버넌스가 문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방역 정책이 결정되면서 정책 결정에 과학이 아니라 정치·경제 논리가 개입했다는 문제의식이다. 인수위 코로나비상특위에서 중대본 산하에 있던 생활방역위원회를 방대본 산하로 보내는 등 방역 정책의 무게중심을 중대본에서 방대본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된 사안이다. 안철수 위원장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거론하며 ‘과학 방역’을 거듭 주장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방역 정책 결정에 질병관리청이 안 보인 지 오래됐다. 보건복지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방대본이 형식적으로 회의는 하지만 주도권은 보건복지부가 다 가지고 있다”며 “과학적인 데이터는 방대본이 다 가지고 있는데 이런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도 “중대본이 방역을 결정하다 보니 너무 경제 논리에 휘둘려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하는 질병관리청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최종 결정은 중대본이 하게 돼 있지만, 전문가들 중심의 과학적 근거를 좀 더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질병관리청과 방대본의 역할과 책임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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