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미소를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자 윤 당선자 쪽이 27일 “퇴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책무에 집중해달라”고 되받았다. 새 정부 출범 10여일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추진을 비판하고 이에 윤 당선자 쪽이 대응하면서 신구 권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제이티비시>(JTBC) 대담에서 윤 당선자가 속도전으로 추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결정과 추진방식은 참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우리의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이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를 만나 집무실 이전 협조를 약속했고 지난 6일 예비비를 배정했지만 급하게 진행된 집무실 이전은 잘못됐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며 “퇴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책무에 집중해주실 거라고 믿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두 분 간 집무실 이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당시 문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가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판적인 의견 표명은 ‘약속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반격에 가세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부는 다음 정부에 대해 축복해주는 것이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라며 “오히려 현 정부에서 덕담을 해주시는 것이 대인다운 도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지난 정권 5년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다. 국민께서 하시는 것”이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됐다는 것이 바로 국민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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