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상공인 손실 보상책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누적 손실액을 54조원으로 추산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는 보상안을 28일 내놨다. 그러나 600만원 이상의 ‘일괄 지급’을 기대해온 소상공인 단체는 ‘차등 지급’이 공약 후퇴라며 반발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상공인 손실 보상책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에 임기응변식으로만 대처하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돈을 지급했다”고 비판하며 “새 정부는 과학적 손실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온전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인수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2021년 국내 소상공인·소기업 약 551만곳이 정부의 방역 조치로 입은 2년간 손실액을 54조원으로 계산했다. 이들에겐 새 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손실 보상 제도 시행에 따라 지난해 7월 초 이후 발생한 손실은 정부 보상이 이뤄졌는데, 그 전에 입은 피해액까지 사실상 소급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의 보상도 강화하기로 했다. 손실 보상 보정률(손실액 대비 보상액 비율)을 기존 90%에서 100%, 보상 하한액은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소상공인이 2금융권에 받은 고금리 대출을 저리의 은행 대출로 바꿔주고,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세금 납부를 최장 3개월 연장하는 지원안도 내놨다.
그러나 소상공인 단체들과 정치권에선 ‘반쪽 보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소상공인 1곳당 600만원 일괄 지급 등 총 50조원 규모 손실 보상을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수위 쪽은 손실 보상안의 전체 규모나 구체적인 피해 지원금 액수,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밝히지 않았다. 손실액만 집계하고 구체적인 보상안은 새 정부와 국회에 넘긴 것이다.
소상공인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인수위 발표안에는 소상공인 지원안의 총 규모도 나오지 않고, 상인들이 600만원 이상의 일괄 지급을 기대해온 상황에서 차등 지급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수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1호 공약인 ‘온전한 손실 보상’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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