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뿐만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8일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뿐만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감지되면서 주택담보 대출에 속도조절을 하는 듯했던 인수위가 대출 완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엘티브이 완화 공약을 지키려고 하고 있고, 디에스아르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다음 달 3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당선자는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엘티브이 한도를 현행 40%(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주택 기준)에서 최대 8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두번째 주택 구입부터는 엘티브이를 70%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엘티브이 확대에 따른 대출 효과를 높이려면 소득에 따라 대출 비율을 제한하는 디에스아르 완화도 필요하다. 애초 윤 당선자의 공약에는 디에스아르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엘티브이만으로는 대출 완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인수위는 이 부분까지 적극적인 검토에 나선 것이다.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인수위가 대출 완화에 속도를 내자 금융위원회는 내부적으로 우려하면서 끙끙 앓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을 풀면 가계부채가 악화되는 건 당연한 건데 공무원 조직이라 다들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다. 그냥 속앓이만 다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제인 금융위원장 교체 문제를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로, 아직 2년 이상이 남았지만 통상적으로 정부가 바뀌면 금융위 수장도 교체됐다.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새 정부의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억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7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윤 당선자는 대출 부담 증가로 인한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인수위 간사단에 주문하기도 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투기적인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선 대출을 규제해야 하지만 실수요자를 위해선 어느 정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규제만 풀면 투기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당선자가 공약한 청년원가주택(무주택 청년이 원가로 분양받은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시세차익의 70% 이상을 보장) 등 공공주택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출 규제 완화 우려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다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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