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는 3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빠르면 같은 날 국무회의 의결까지 끝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의석수 열세인 국민의힘이 이를 막아설 수는 없지만, 두개의 개정안 처리 다음 단계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완수’까지는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청법과 형소법 등) 두 가지 법 개정은 합의 사항대로 (3일까지 처리)하겠다”며 “이후 사개특위를 구성해 나머지 두개 범죄(경제·부패)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게 될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인 중수청을 만들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3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한편,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상정·처리해, 중수청 설치 논의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일단, 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는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이 공포되는 절차만 남게 된다. 민주당은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정기 국무회의 개최 시간을 3일 본회의 시점을 고려해 오후로 늦추는 방안 등을 통해 빠르면 같은 날 국무회의 통과까지 끝내는 방안을 청와대에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부담을 고려해 추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공포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이와 관련,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 개최 시점과 방식을 청와대에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연락)한 것은 아니지만 당의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본회의 직후인 1일 새벽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당이) 이래라저래라 미리 말을 하는 건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도 “3일 오전에 처리하면 그 이후 국무회의에서 언제 이 두 법을 상정하고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법안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 10여명은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통령 면담 및 거부권 행사 요구’ 릴레이 피켓시위를 시작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만이 유일한 답”이라며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반쪽짜리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 된다. 국민 전체의 대통령 돼야 한다”며 “‘검수완박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아 있고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오는 3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무회의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청와대가 국무회의 개최 일시까지 변경하여 검수완박법을 공포하려 한다면, 이는 민주당과 야합하여 국민과 역사에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선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6가지 범죄 가운데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법안 공포 4개월 뒤부터 폐지하도록 하는 검찰청법이 통과됐다. 법안 통과로 검찰의 선거 범죄 수사권은 오는 12월31일까지, 경제·부패 범죄 수사권은 중수청이 설치될 때까지 유지된다. 이 법안은 재적 의원 293명 중 177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만 모두 찬성표를 던져 찬성 172표, 반대 3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입법 독재를 비판하며 표결에 불참하는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막기 위해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이 의장실 직원들에게 밟혀 다쳐 양금희 의원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등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직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경찰에 한 시정조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적법 절차 없이 체포·구속 정황이 있을 경우 △고소인의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두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으나, 이날 자정 임시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으로 끝났다.
민주당의 뜻대로 2개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검찰 수사권 분리’ 2단계인 중수청 설치를 두고 여야의 샅바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중수청 설치를 논의할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처리한 데 이어, 3일 본회의에서 중수청 설치를 논의할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사개특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여야) 협의에 의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사개특위 구성에 합의한 것인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 사항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에 대해 또다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할 경우 또다시 ‘회기 쪼개기’에 나서야 하는데,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2일 국회의장을 찾아뵙고 본회의 상정을 상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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