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3일 윤석열 정부의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정과제에서 빠졌고, ‘주식양도세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국정과제에 포함됐으나 각각 ‘2년 유예’, ‘4년 뒤시행’이란 단서를 달아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할 6대 국정목표와 이를 구체화한 11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6대 국정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인수위는 이런 6대 국정목표를 바탕으로 선정된 110개 국정과제에서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한미 원전동맹 강화 및 수출을 통해 원전 최강국에 도약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또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 편성권 독립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세부적으로는 검찰청법을 개정해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 예산 편성과 배정 사무를 법무부에서 대검찰청으로 이관해 국회가 검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하는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공수처법 24조는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할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가 이첩해달라고 요청하면 이에 응해야 하는 규정이다. 윤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이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했다.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아예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안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 정부 조직을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대선 공약이었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는 국정과제에는 포함됐지만 ‘폐지’가 아니라 ‘2년 유예’ 방침으로 변경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주식 양도소득세)는 주식시장과 투자자의 시장 수용성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돼 2년을 유예한 뒤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취임 즉시’에서 ‘임기 4년차 시행’으로 후퇴했다. 인수위는 “임기 4년 차인 2025년 병장 기준으로 병사 봉급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더해서 월 200만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자산형성 프로그램은 병사들이 일정 금액을 적금으로 부으면 국가에서 일정액을 보전해서 적립금액을 불려주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이번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임기 5년 동안 모두 209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안 위원장은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600조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용도 변경이 가능한 200조 중에서 10% 정도를 구조조정하면 예산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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