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복도 앞 모습.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10개 안에 여성가족부가 단독으로 주관하는 과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여가부 기능을 축소하고, 부처 ‘지우기’를 통해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정과제에 여가부 폐지는 제외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단독 과제가 하나도 없는 부처는 여가부와 행정안전부뿐이다. 지방자치단체나 타 부처와의 협업이 주무인 행안부 특성을 고려하면 18개 부처 가운데 여가부만 단독 과제가 없는 셈이다. 여가부 관련 과제 2개는 다른 부처와 공동 주관으로 돼 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 과제는 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여가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 과제는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여가부가 주관부처다.
‘여가부 지우기’는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과제에서 도드라진다. 이 과제의 주요내용은 ‘부모급여 신설’과 함께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등을 포함한다. 특히 ‘아이돌봄서비스’를 비롯한 양육환경 조성 및 질 제고는 여성가족부가 단독으로 주관하는 정부 사업이다. 하지만 국정과제에는 복지부만 주관부처로 기재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여가부 폐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능 축소·이관 등을 거쳐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가부 담당 과제가 가족과 범죄피해자 관련 두 가지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가부 축소를 통한 폐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또 “노동과 청년 부문 국정과제에서 성차별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며 “성별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남성 중심의 인력 정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정과제 큰 제목을 보면 공동 주관으로 보이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여가부 단독 과제들이 있다. 여가부를 개편하는 동시에 기존 기능을 강화·개선하는 쪽으로 살려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 과제는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었던 ‘(성범죄 등) 무고죄 처벌 강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과제 주요내용을 보면 “범죄 유형에 따른 무고죄 법정형 구분 검토 및 무고 등 적발 강화”라고 되어 있다. 윤 당선자가 대선 때 성범죄 무고죄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 과제의 이행을 통해 성범죄 무고죄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권수현 대표는 “다수가 여성인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는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정부조직개편은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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