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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논썰] 김건희 방문뒤 관저 변경?…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짚어봤다

등록 2022-05-07 08:59수정 2022-05-09 10:27

대통령 관저, ‘육참총장 공관’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김건희, 3·4월 두 공관 방문…변경 영향 의혹
당선자 가족 사적뜻 따랐다면 ‘민주주의 원칙’ 훼손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부부가 취임 뒤 거주할 대통령 관저 이전 장소가 불과 한달여 만에 바뀌었습니다. 애초 윤 당선자 자신이 직접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저 또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까지 배정받은 지 얼마 안돼 관저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다시 변경한 겁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붙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이전TF 쪽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만, 이 해명을 놓고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외교부 장관 공관에 들어가면 관저 신축 없이 계속 그곳을 쓸 것이라는 티에프의 발언을 뒤집는 답변이 나온 상태입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논썰에선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짚어볼까 합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졸속에 또 졸속, 한달만의 관저 변경

먼저 관저 이전 장소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뀐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관저가 바뀌기까지 타임테이블을 명확히 하는 것은 김건희씨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토대가 될 것입니다.

윤 당선자는 애초 후보 시절 내놓았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당선된 지 며칠 만에 폐기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전혀 거론하지 않았던 ‘집무실 용산 이전’을 별안간 들고 나왔습니다. 3월16일에 처음 용산 이전 방안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불과 나흘 만인 20일엔 윤 당선자가 직접 이전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합니다.”(윤석열 당선자, 3월20일 집무실 이전 기자회견)

관저로는 한남동 공관을 쓴다고 밝혔습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지금 공관을 한남동 공관을 하나 쓰기로 했는데 그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필요한 경호 시설하는데 25억. 그래서 496억의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입니다.”(윤석열 당선자, 3월20일 집무실 이전 기자회견)

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은 구체적으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한남동에 6개 공관이 있다. 외교부, 국방부 장관 등. 규모나 이런 것 관계없이 제일 잘 안쓰는 것, 육군참모총장이 계룡대 계셔서 일주일에 하루 내지 이틀 쓰는 공간, 그 공간 손 봐서 거기서 쓰시기로. 육참총장 공관.”(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 3월20일 집무실 이전 기자회견)

이처럼 돌연한 집무실·관저 이전 방안에 대해서는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안보 공백, 막대한 이전 비용, 관저와 집무실을 오가는 데 따른 경호 취약과 시민 불편 가중 등의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이 모든 비판과 우려에 아랑곳 없이 집무실·관저 이전을 밀어붙였고, 결국 4월6일 국무회의에선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배정을 의결했습니다. 여기엔 육군총장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도 전액 반영됐습니다.

그런데, 예비비가 통과된 지 불과 보름 만이죠. 4월19일 <채널A>에서 관저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인수위가 관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육참총장 공관이 불합리한 점이 많은 것으로 확인이 되어서 그래서 대안으로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를 시작했고….”(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 수석부대변인)

인수위에선 ‘육군총장 공관은 비가 샐 정도로 낡아서 대안으로 얼마전 리모델링을 한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하게 됐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김건희 다녀간 뒤 관저 변경 검토” 보도

그리고 이틀 뒤인 22일 김건희씨 개입을 시사하는 첫 보도가 나옵니다. 이날 <JTBC>는 “지난 주말,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외교부 장관 공관을 직접 둘러봤고, 그 이후에 (관저) 후보지를 바꾸는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복수의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김씨는 외교부 장관 공관 곳곳을 직접 둘러봤고, 특히 정원 등 외부 조경에 관심을 보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김씨 방문 이후 윤 당선인 측은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유력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23일 <한겨레>도 김건희씨 방문 사실을 확인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엔 “김씨가 특히 정원에 있는 키 큰 나무 하나를 콕 짚어 ‘베어내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그러자 인수위 청와대이전TF는 24일 입장문을 내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건희씨는 관저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된) 이후 방문한 것이지 먼저 가서 낙점해서 (청와대 이전 티에프가) 공관을 변경하는 데 고려했다는 점은 오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5일엔 티에프가 관저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확정했다는 발표를 합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당초에 육군총장 관사를 적극 검토한 건 육군총장 관사는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그걸 취임 전 리모델링 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입주할 수 있지 않냐 해서 준비했었는데, 전문가들이 검토를 한 결과 비도 새고 너무 낡아서 사실상 재건축 수준으로 손을 대야 한다. 시간이 4~5개월 더 걸리고 예산도 25억원으로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거의 두배 이상. 그래서 TF팀에서 다시 검토를 한 것이다.”(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 4월25일 집무실 이전 2차 브리핑)

김건희씨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이런 답을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방문 후에 결정됐다는 보도에 대해선 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육군총장 공관 추진하다가 여러 문제가 생겨서 TF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 검토했고, 그 과정에 적절한 거 같다는 TF 실무 검토 의견이 있었다. 그 전에 (김건희씨가) 육군총장 공관 가보신 거고, (또 뒤에 TF가) 외교부 장관 공관 해야겠다 하고 나서 가보신 거다. 왜냐면 직접 살아야 하는 집이니까.”(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 4월25일 집무실 이전 2차 브리핑)

하지만, 27일 <한겨레>는 다시 김건희씨의 외교장관 공관 방문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담은 기사를 내보냅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김씨는 주말을 이용해 정의용 장관 부부의 ‘생활공간’을 포함해 외교장관 공관을 구석구석 둘러보고는 ‘여기가 맘에 들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공관 정원을 둘러보다 ‘저 나무는 (공관 건너편 남산 쪽) 경치를 가리니 베어야겠다’고 지적했다.”

앞서 티에프는 24일 김씨가 ‘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한 한겨레 23일 기사 내용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실제로는 김씨의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특히 기억해둘 부분은 “여기가 맘에 들어”라고 김건희씨가 말했다는 대목입니다. 이걸 어떤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잠시 뒤 살펴보겠습니다.

우상호 “강아지 안고 와 내부 둘러봐”

이어 5월2일에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T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씨 방문 상황에 대해 자신이 취재한 몇가지 추가 정황을 밝혔습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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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제가 직접 아주 밀접한, 외교부 장관하고 아주 밀접한 관계 분에게 직접 들었는데요. 분명히 김건희 여사가 개 끌고 와서,”

김어준 “강아지?”

우상호 “강아지를 안고 오셨겠죠. 그리고 외교부 장관 사모님에게, 70대가 넘으신 분한테 ‘이 안을 둘러봐야 되니 잠깐 나가 있어 달라’고 해서 바깥에 정원에 나가 계셨고, 그 사이에 그 안을 둘러봤다.”

김어준 “외교부 장관 부인이 70대가 넘는데.”

우상호 “ 네, 그래서,”

김어준 “갑자기 와서 잠깐 나가 있어라?”

우상호 “‘상당히 불쾌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전언을 들었고요.”

우상호 “갑자기 그날로 기류가 바뀌어서 인수위 분위기가 갑자기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입장이 확 하루 만에 바뀌었죠. 김건희 여사가 방문한 다음에 바뀐 겁니다.”

김어준 “한겨레 보도가 대체로 맞는 거네요, 그러면.”

우상호 “그렇습니다.”

김어준 “신뢰할 만한 소스입니까?”

우상호 “아주 신뢰할 만한 그런 소식통이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5월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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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티에프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습니다. 티에프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를 안고 집안을 둘러보며 외교부장관 배우자를 내쫓았다는 식의 주장은 매우 악의적이고 날조된 허위사실”이라며 “우상호 의원의 ‘아니면 말고 식’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청와대이전TF는 외교부 공관 방문 과정에서도 외교부와 사전 조율을 통해 외교부 측이 불편함이 없는 시간을 충분히 협의한 후 외교부의 승인 하에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며 “외교부와 사전 조율을 통한 방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외교부 장관이 행사 중인 상황이 아니었고, 장관 배우자와 아예 마주친 사실 자체가 없다. 당시 외교부 장관 공관관리 직원이 함께 있어 장관 배우자와 마주친 적조차 없다는 사실은 명백히 확인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외교부 장관 부인과 마주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나가 있어달라고 했겠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우 의원이 이틀 만인 4일에 다시 재반박에 나섭니다.

“인수위에서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를 데리고 공관에 간 건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분들이 허위 사실이라 하는 것은 딱 하나다. 김 여사가 외교부 장관 부인한테 직접 비켜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언제 마주쳤다고 했나. 비켜달라고 했으니 마주치진 못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혼자 갔겠나. 같이 간 그 쪽 관계자가 피해달라고 해서 (외교부 장관 부인이) 피해줬고 마주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우상호 의원, 5월4일 유튜브 ‘우나이퍼TV’)

김건희씨가 직접 외교장관 부인에게 나가달라고 한 게 아니라 같이 간 관계자를 통해 그런 뜻을 전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관 시시티브이를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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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틀면 입구부터 김건희 여사가 개 안고 들어가는 모습과 외교부 장관 사모님이 정원 일대를 배회하는 모습이 다 나올 것이다. 나를 고발하면 그 CCTV를 증거물로 압수해야 할테니, 고발하기 바란다. 인수위의 법적조치를 기다리고 있다.”(우상호 의원, 5월4일 유튜브 ‘우나이퍼TV’)

자, 지금까지 관저가 육군총장 공관에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바뀌기까지 과정과 김건희씨 방문 상황을 둘러싼 공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김씨 개입 여부를 두고 엇갈리는 두 주장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씨 방문과 TF 결정의 선후관계는?

인수위 티에프에선 김씨가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한 뒤 관저가 바뀐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실무진이 먼저 육군총장 공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으로 외교장관 공관을 낙점한 뒤, 김씨는 앞으로 직접 살아야 할 처지에서 미리 둘러본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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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총장 공관 추진하다가 여러 문제가 생겨서 TF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 검토했고, 그 과정에 적절한 거 같다는 TF 실무 검토 의견이 있었다. 그 전에 (김건희씨가) 육군총장 공관 가보신 거고, (또 뒤에 TF가) 외교부 장관 공관 해야겠다 하고 나서 가보신 거다. 왜냐면 직접 살아야 하는 집이니까.”(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 4월25일 집무실 이전 2차 브리핑)

그러나 이 주장엔 두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 육군총장 공관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문제점을 발견해 바꾸게 됐다는 주장이 석연치 않습니다. 3월20일 윤 당선자와 티에프팀장이 직접 육군총장 공관을 관저로 쓴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안보 공백 우려를 들어 졸속 이전에 반대하던 현정부를 밀어붙이다시피 해 육군총장 리모델링을 위한 예비비 25억원 지출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게 4월6일입니다. 적어도 이때까진 티에프에서 육군총장 공관의 문제점을 몰랐거나, 알아도 별 것 아니거나 해결 가능한 정도라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몰랐다면 중대한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몰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리모델링 비용을 25억원으로 책정한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티에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막대한 금액을 책정하기 위해선 건물 상태에 대한 기초적 조사와 검토를 거쳤으리라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티에프는 이런 상식과 전혀 다른 설명을 했죠.

“당초에 육군총장 관사를 적극 검토한 건 육군총장 관사는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그걸 취임 전 리모델링 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입주할 수 있지 않냐 해서 준비했었는데, (나중에) 전문가들이 검토를 한 결과 비도 새고 너무 낡아서 사실상 재건축 수준으로 손을 대야 한다. 시간이 4~5개월 더 걸리고 예산도 25억원으로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다.”(윤한홍 청와대이전TF 팀장, 4월25일 집무실 이전 2차 브리핑)

애초 자신들의 판단이 부실했다고 직무유기를 자인한 건데요. 비가 샐 정도라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덜컥 25억원을 잡았다는 주장, 여러분은 믿기시나요.

설사 처음 25억원을 산정할 때까지는 정확한 건물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쳐도, 4월6일 국무회의 통과 때까지는 뭘 했다는 건지도 의문입니다. 25억원을 처음 언급한 건 3월20일 윤 당선자 자신입니다.

“지금 공관을 한남동 공관을 하나 쓰기로 했는데 그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필요한 경호 시설하는데 25억.”(윤석열 당선자, 3월20일 집무실 이전 기자회견)

그래놓고 티에프는 보름 넘는 시간 동안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4월6일 이후 갑작스럽게 공관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게 됐고, 대안까지 며칠 만에 다 검토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히려 건물 상태가 아닌 다른 어떤 요인이 갑작스럽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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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육군총장 공관’ 폐기에 영향 줬나

둘째, 티에프 주장대로 시간대를 재구성해보더라도, 김건희씨 방문이 반드시 티에프 결정 뒤 의례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단정짓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티에프는 김씨가 육군총장 공관과 외교장관 공관을 각각 한번씩 둘러봤다고 밝혔습니다. 티에프는 김씨가 언제 방문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날짜는 모르겠다. 육군총장 공관이 우리가 처음에 건의를 했을 때 하고 나서 한번 가서 봤고, 이제 외교부 장관 공관을 우리가 건의하고 나서 또 가서 봤다. 3월말 4월초 이럴 때다.”(청와대이전TF 관계자, 4월25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육군총장 공관은 이곳을 관저로 건의한 3월에 방문했고, 이어 외교장관 공관은 티에프가 대안으로 건의한 4월에 방문했다는 겁니다. 설령 외교장관 공관은 티에프 건의 뒤에 둘러보는 차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문점이 남습니다. 그에 앞서 육군총장 공관 방안을 폐기하는 데 김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건 아니냐 하는 건데요. 애초 티에프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예비비 25억원까지 책정해 육군총장 공관의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김씨가 방문한 뒤 이런 방침을 급하게 바꾸게 된 건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티에프가 먼저 육군총장 공관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대안을 찾은 게 아니라, 김씨 방문의 결과로 문제점을 인지하고 외교장관 공관을 대안으로 찾은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 겁니다. 티에프 건의로 김씨가 육군총장 공관을 찾았다는 설명에 비춰봐도, 티에프는 3월말 김씨가 방문할 때까지도 이곳이 관저로 쓰기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왜 “여기가 맘에 들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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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가 외교장관 공관을 둘러보면서 “여기가 맘에 들어”라고 말했다는 한겨레 4월27일 기사 내용 잊지 않으셨죠. 인수위는 한겨레의 4월23일 기사에는 반박 입장문을 냈지만, 이 기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살펴본 맥락 속에서 볼 때, 김씨의 이 말도 더욱 분명한 의미를 띠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추정입니다. 티에프 건의로 육군총장 공관을 방문한 김씨 눈에는 티에프와 달리 공관의 문제점이 선명하게 들어왔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김씨의 판단이 티에프가 관저를 변경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외교장관 공관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김씨가 공관을 찾아 ‘이곳이 맘에 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죠. 이어 티에프는 이곳을 관저로 최종 확정합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방문 일자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티에프의 설명만으로 이번 공방의 진실에 다가서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언론의 취재와 정치권의 주장, 티에프의 주장과 거기 담기지 않은 행간의 의미까지 포괄할 때, 실체를 분명히 포착하기 위해 무엇을 더 캐묻고 파고 들어야 하는지라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질은 ‘민주주의 원칙 훼손’

우리 사회 일부에선 설사 김건희씨가 관저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들 뭐가 대수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차피 자기가 들어가 살 처지에서 장소 선정에 관여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겁니다.

그러나 대통령 관저는 윤 당선자 부부의 개인 주택이 아닙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은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의 의미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백악관, 프랑스의 엘리제궁 등을 떠올리면 관저의 공적 의미와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 측면에서 봐도 관저 운영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갑니다.

이런 장소를 5년 임기의 대통령이나 가족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옮기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가능하면 국민의 뜻을 모아 국가 백년대계로 추진하는 게 마땅한 일입니다. 어떤 사정 때문에 그렇게까지 못한다면, 적어도 결정과 추진 과정의 공공성과 투명성 만큼은 반드시 보장해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할 것입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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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집니다.”(문재인 대통령, 4월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그렇지 않아도 윤 당선자의 집무실·관저 이전 추진엔 졸속·불통·부실의 오명이 씌워져 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윤 당선자 자신이 자초한 일입니다. 여기에 관저 변경은 졸속에 또 한번의 졸속이 겹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졸속 변경이 당선자 부인의 개인적 취향에 근거해 공적 논의가 생략된 채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논썰] 김건희 방문 뒤 관저 바꿨나? 인수위 해명 ‘중대 허점’ 2가지. 한겨레TV

“왜 그러냐 하면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왜냐하면 관저도 그렇죠. 청와대 이전만큼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이게 어떤 통로를 통해서 되느냐. 그러니까 사실은 (김건희씨가) 가서 보고 낙점하고 그 다음에 확정됐다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런 순서로 됐어요. 예를 들어서 (TF에서) 낙점됐다, 확정됐다, 그리고 그 다음에 가서 봤다, 이렇게 보도가 나온 게 아니에요. 그렇다 그러면 이런 중요한 문제를 사적으로 개인적으로 결정한 게 아닌가, 이런 의구심이 안 들 수가 없는 거죠.”(현근택 민주당 전 선대위 대변인, 4월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만약 김씨 방문 뒤 그 영향으로 관저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면, 이는 김씨 개인이 공과 사를 혼동한 해프닝을 넘어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수위 티에프라는 공적 조직 자체가 당선자 부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관저 졸속 변경의 진실은 무엇인지 묻고 또 캐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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