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로 향하며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26일 대선 당시 ‘허위 이력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윤 대통령과 함께 하는 공식 무대에 처음 선 것이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취록’을 통해 부각된 ‘비선 실세’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행사 내내 윤 대통령 뒤에 한발짝 물러 선 채 뒤따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여사는 당분간 적극적 행보를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돕는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9시52분, 윤 대통령과 서울 서초구 자택을 함께 나서면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을 한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출입구에서 만난 두 명의 아이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가 하면, 연호하는 주민들에게 두 손을 모은 채 목례로 답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여사는 곧장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윤 대통령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입장했다. 이후에는 윤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순국선열에 묵념 및 분향을 했다.
김 여사는 이어 귀빈실에서 허리에 큰 리본이 달린 흰색 원피스로 옷을 갈아 입은 뒤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국회 앞마당 입구에서부터 취임식 단상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윤 대통령보다 1m 뒤에서 따라 걸었다. 이어 단상에 올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인사했다.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먼저 악수한 뒤 허리를 숙여 ‘90도 인사’를 했고, 문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인사를 했다. 취임식을 마친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 서 직접 환송에 나섰다.
김건희 여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취임식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과 함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노인정과 어린이 공원에 들러 주민들을 만나 기념 촬영을 했다. 김 여사는 노인정에서 만난 할머니와 포옹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26일 허위 이력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지 135일 만이다. 대선 기간 동안 ‘배우자 유세’에 나서지 않은 것은 물론, 같은 달 10일 윤 대통령의 당선 확정 축하 자리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월14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국에서 김장환 목사를 만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시작으로, 강남 봉은사 방문(4월26일) 등 ‘비공개’ 활동은 했다. 특히 최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환경·동물 보호 메시지를 연달아 내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유기견 거리 입양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면서, 공개 활동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여사가 이날 취임식을 통해 공식 석상에 등판했지만, 당분간 적극적 행보를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돕는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여사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코바나컨텐츠를 폐업 또는 휴업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애초 코바나컨텐츠를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해 소외계층 등을 위한 공익 활동을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당분간 대통령 배우자가 동행해야 하는 공식 행사나 외교 일정 외에는 개인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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