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하며 여야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가 늘어지면서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 거취에 관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은 한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이 끝나는 대로 정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형식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다시 정 후보자 문제 결정을 미룬 셈이다.
여야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정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 낙마를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미 국민들이 낙마시킨 카드”(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이므로 더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여당 역시 ‘정 후보자 정리’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중진 및 다수 의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건 곤란하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대통령실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긴장된 분위기는 여야 원구성 협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관행상 원내 1당이 가져가는 국회의장은 물론 후반기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던 법제사법위원장도 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덕수 총리 인준을 당론으로 동의하면서 한발 물러선 만큼 더는 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것은 결국 협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라며 “또다시 입법 폭주를 자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여당 안에선 법안 통과 과정에서 문지기 구실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받아내지 못하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다만 민주당은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 중심으로 개혁하겠다는 합의를 국민의힘이 지키면 타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법사위 권한을 합의대로 축소하면 위원장을 내어 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법사위 개혁과 법사위원장 배분,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는 모두 (원내) 수석 간에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상원 노릇을 해온 법사위 개혁은 여야가 합의한 것이니 거기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사개특위엔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국민의힘은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입법을 다룰 사개특위에 관해 “민주당의 입법 독재”라며 반발한다. 국민의힘 한 법사위원은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장과 사개특위 참여를 놓고 협상 여지를 두는 것 아닌가 한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가 협조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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