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선거패배를 인정하는 말을 하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국민의힘 1호 선거운동원’이었다. 광역단체장 공천을 손수 정리하고 당선자 시절 노골적인 지방행보로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승리했지만 ‘윤석열의 대변인’ 김은혜 전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윤 대통령은 자존심을 구겼다.
당선자 시절엔 정치중립 의무가 규정돼있지 않은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던 김태흠 의원에게 윤 대통령이 “명색이 내가 ‘충남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충남지사 선거를 져서야 되겠느냐”며 충남지사 도전을 권유한 일이 대표적이다. 경기 안산에서 국회의원 4선을 하고 4년 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가 지난 3월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충북으로 방향을 돌린 것도 윤 대통령과의 교감으로 설명된다. 김 당선자는 윤 대통령을 정치 입문 초기부터 도운 ‘측근 그룹’이다.
‘윤심 공천’의 정점은 김은혜 전 후보였다. 김 전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으로 발탁됐지만 지난 4월5일 돌연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경기지사 경선에 뛰어들었다. 정계 은퇴를 고민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였다. 유 전 의원 쪽은 “대선 경선 때의 구원을 보복하려는 자객 공천이냐”며 반발했지만 윤심을 등에 업은 김 전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며 유 전 의원을 경선에서 제압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김 전 후보의 지역구를 방문하고 그와 함께 지티엑스(GTX) 건설 현장을 점검하며 경기 표밭을 훑었다. 하지만 김 전 후보는 낙선했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세상은 돌고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유 전 의원의 관측대로였다.
김 전 후보의 0.15% 포인트 패배에 국민의힘에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위로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충청권의 구도는 괜찮았지만 경기도는 처음부터 불리한 구도 속에서 싸웠고 이 정도면 잘 싸웠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리한 ‘윤심 공천’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전 후보가 지나치게 윤심에 의존하면서 중도 확장이 제한된 측면이 있다. 막판 재산 축소 신고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중도 확장성을 갖고 있던 유승민 전 의원이 나왔다면 낙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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