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수습과 쇄신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패배 수습과 쇄신 작업을 지휘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4선의 우상호 의원이 낙점됐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립 성향 인사에 비대위를 맡겨 중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 등을 논의한 끝에 비대위원장으로 우 의원을 잠정 확정했다. 우 의원은 다선 그룹으로부터 비대위원으로 추대됐지만, 의원총회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 우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면서, 선거에 진 패인을 잘 분석해서 거듭나는 모습을 만드는데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지낸 당내 86그룹(1960년대 출생·1980년대 학번)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차기 비대위가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전당대회 준비 등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상대적으로 계파 시비에서 자유로운 우 의원에 중지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현영 대변인은 의원총회 중 기자들과 만나 “우 의원의 경우 (2024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도 한 만큼,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비대위의 리더십을 발휘할 분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의원총회를 통한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별로 추천을 받은 비대위원으로는 이용우(초선), 박재호(재선), 한정애(삼선)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우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면서, 다선 그룹에서 추가로 비대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용우 의원은 무계파로 분류되고, 박재호 의원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광재 의원을 도왔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된다. 한정애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친문계 인사다. 원외위원장 몫 비대위원에는 김현정 평택을 지역위원장이 내정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이다. 민주당은 이번주 안으로 당무위와 중앙위 등을 열어 이날 의총에서 결정한 6명의 비대위 구성안을 인준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최대 9명으로 꾸려질 예정인데, 여성·청년·노동 몫의 비대위원 인선이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비대위가 ‘혁신형’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전당대회 준비에 국한된 ‘관리형’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8월 전당대회까지 두달여 밖에 안되는 짧은 활동 기간 안에 대선·지방선거 평가를 매듭짓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대선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특정 계파 책임론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대위가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비대위가 선거 평가 준비까지만 맡고, 평가는 그 이후 지도부가 하자는 취지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원은 지난 6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전당대회까지 남은 2개월을 관리하는 관리형 비대위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 시기와 룰을 둘러싼 계파 간 이견을 어떻게 조정할 지도 관건이다. 친문계 일각에서는 비대위의 충분한 활동 기간 보장을 위해 전당대회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명계 쪽에서 요구하고 있는 권리당원 투표비율 확대와 신규당원 투표권 부여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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