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6·1지방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은 격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계파와 선수를 안배해 민주당 의원 2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당의 위기 원인과 미래 전망을 짚은 인터뷰는
‘길 잃은 민주당’이라는 제목의 기획 연재에 담겼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가 담긴 인터뷰 전문을 이슈별로 정리해 공개한다.
■ 지방선거 패배 ‘이재명 책임론’과 당권 도전 가능성은?
△초선②
“이재명은 대선에 패배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 대선 패배 뒤 (지방선거 출마 안 하고) 지방선거에 졌다고 치자. 그 책임은 누가 지겠나? 또 이재명이 지는 거다. 나와도 책임, 안 나와도 책임지라는 상황이면 나와서 한 석이라도 건지는 게 맞다.”
△초선⑩
“지방선거가 새 정부 힘 실어주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선거였던 것은 맞다. 그러나 송영길·이재명 등 반성해야 할 주체들이 선거를 주도하려고 하면서 그나마 이길 수 있는 지역에서도 졌다고 본다. 기초단체장 박빙으로 있었던 곳은 다 그 이유 때문에 깨진 거라고 봐야 한다.”
△재선①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본인이 다니면서 잊힐 만한 대장동 문제가 다시 나오고, ‘이재명이 사느냐 죽느냐’의 선거가 돼버린 것 아닌가. 오히려 다른 후보들은 묻혀 버렸다.”
△재선③
“윤호중 등 책임져야 할 사람들 책임 안 지고 비대위 만들어서 의총에 가져왔을 때부터 문제다. 거기에 이재명과 송영길의 출마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 나온다면 염치가 없는 거다. 전쟁 나갔는데 자기만 살아오고 병사는 다 죽은 상황이다. 당을 위해서라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나오지 말아야 한다.”
△재선⑧
“책임 있는 사람은 한발짝 물어나야 한다. 한번은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 8월 전당대회 지도부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초선②
“당의 주류(이재명계)가 맡고 책임지는 게 맞다. 아니면 아예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하든가. 비주류가 맡는다고 그러면 주류가 따르겠나.”
△재선①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계파 갈등으로 가면 당이 망한다. 양쪽에서 책임있는 이들 중 상징적인 이들은 전당대회 나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새로운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 대안 부재론이 있지만 젊은 리더를 키우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사람들이 ‘어? 민주당 변하겠다는 몸부림이 있네’ 할 거다.”
△재선②
”상황에 따라 비대위 체제를 6개월도 가고, 1년도 갈 수 있는 거잖나. 우리한테는 전당대회를 언제 치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선거 패배) 평가를 해야 한다. 그 평가의 기반 위에서 우리들의 자세와 태도의 문제랄지, 문화의 문제랄지, 새롭게 대두된 가치와 노선의 문제랄지, 이런 것들에 기반한 리더십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내용이 나올 것이다.”
△다선②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조속한 대선 평가를 통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또다시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이 맞나 고민해야 한다. 계파 갈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명낙대전’(이재명계와 이낙연계의 갈등)이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넌 수준이어서다. 다른 진영에서 당권을 잡으면 우린 다 죽는 거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양쪽에 내재해 있다. 이런 불안심리를 잠재울 공천시스템을 만들고 전당대회를 시작해야 갈등의 골이 덜할 것이다.”
△다선③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전당대회여야 하고 그걸 정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초선②
“오랫동안 우리 당에서 정치 한 사람 중에 86세대가 많으니, 86세대에게 쓰임새가 없으면 나가라는 주장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하는 건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86세대 스스로가 각성해야 한다.“
△초선③
“나는 86세대가 아니기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86이든 누구든 간에 문제 있는 의원들은 문제 있는 건데, 특정 세대를 그루핑해서 타격하는 건 적절치 않다. 시스템 공천이 뭔가? 의원으로서 역할을 다 했나 하는 기준을 갖고 평가해야지 86그룹은 안 된다, 3선 이상은 안 된다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초선④
”어느 집단을 다 물러나라고 하는 얘기는, 사실은 내부에서 논의가 건강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주도 세력이 변해야 된다는 의미가 있는 건데, 물러나라는 게 어디서 어떻게 물러나라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혁신과 변화라는 내부의 아주 처절한 요구에 답하라는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초선⑤
“한 세대 전체의 책임을 묻는다면, 그렇게 도려내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86세대가 본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을 비판하고 싶다. 뒷짐 지고 세대 프레임에 갇힐 게 아니라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총대 메고 나서서 지혜를 쏟아냈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초선⑥
“86세대를 다 싸잡아 말할 것이 아니고 2000년대 초반에 정치권에 들어와서 지도부에서 계속 일해왔던 사람들은 지금 당의 위기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는 안된다. 자기가 잘못한 걸 자기가 비판하고 고칠 수 있나.“
△초선⑨
“혁명, 개혁일수록 더 정교하게 준비가 돼야 하는데 전혀 준비 안돼 있는 상태에서 용퇴론이 나오니 동력 없이 ‘뜬금포’로 끝나는 거 같다. 구체적인 대안들이 있잖나. 특정 세대가 공천 비율 50%를 넘기지 말자는 규정도 있다. 충분한 근거와 정의, 대안을 갖고 말해야 한다.”
△재선①
“상징적으로 86그룹의 상징적 인물들은 빠져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초선 의원들이 86세대 의원들만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재선②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피할 문제가 아니다. 86그룹이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과제와 가치가 현시대에 어울리는 것이냐,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거냐 틀린 거냐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뼛속까지 혁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86그룹까지도 어쩔 수 없이 끊고 가야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거다.”
△재선③
“이준석을 보시라. 신체가 젊다고 사상도 젊은 건 아니다. 세대 중심으로 정리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선①
“세대교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당 민주화로 경선 시스템이 정착한 상황에선 세대교체가 어려운 면이 있다. 청년·신인 가산점을 줘도 현역 프리미엄을 넘기 힘들어서다. 그렇다고 전략공천을 늘리면 그 후유증도 있을 거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50대는 일을 제일 많이 하는 세대다. 50대들 통으로 다 내보내자고 하면 안 된다. 적절한 세대교체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다선②
“86이 왜 스스로 용퇴하겠나. 개별적으로 그만두는 사람은 생기겠지만 지쳐서 그만두는 걸로 봐야 한다. 다음 세대가 ‘물러나라’ 하지 말고 스스로 구호와 비전을 갖고 나와서 밀어내면 좋겠다. 누가 절대로 권력을 주지 않는다. 직접 나서야 한다.”
■ 위기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려면?
△초선④
“정체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큰 당이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기는 하지만, 편차도 굉장히 심하다. 이 시대의 과제들, 성평등, 환경, 노동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문제,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깊게 실현하려 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젠더 갈등, 성평등 이슈 등에서 우리 당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에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들을 길게 내다보고 접근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입법도 중요하다.”
△초선⑥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 계실 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지 않았나. 불평등 구조로 중산층이 무너지는데 우리당이 지금 이들을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지고 있느냐. 포용적 성장 말하지만, 그 부분에 천착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두번째로 약자 보호의 메커니즘으로 시장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초선⑦
“민주당의 비전과 가치, 세계관을 돌아볼 때가 됐다. 그걸 위해 당원들과 함께 하는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조직, 다양한 의제를 위해 같이 활동하는 운동조직이 필요하다.”
△초선⑩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북유럽형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사회를 재편해내야만 우리 사회의 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을 뿐더러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거다. 양당제에서는 정책 경쟁이 안 된다. 우리가 다수당일 때 이런 문제 제기들을 잘해서, 진정성 있게 해나가야 한다. 거기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 변화에 나서자는 거다.”
△재선①
“야당이 됐으니까 대여 투쟁을 국민과 함께 얼마나 적절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발목잡기만 하는 게 아니고 과감하게 몇 가지 잡아서, 할 건 하고 차별금지법 같은 건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연금개혁 등 여야 공통 분모로 했던 공약들도 우리가 추진하며 대안세력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재선③
“우리 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당이라고 하는데 지금 못 풀고 있는 경제 관련 문제가 많다. 훨씬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중산층·서민이라고 하는 개념이 어디까지 포괄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선⑤
“결국 중산층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경쟁력 가지면서도 소상공인 보호할 정책적 깊이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이슈들 가운데 차별금지법이나 검찰개혁은 중요하긴 하나 과잉대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선⑦
“2년 뒤 어떤 얼굴의 정당이 될 건지, 새로운 인물로 어떤 인물 들어올 수 있을지, 우리 당의 정체성은 뭐고 누가 자릴 내줄지 이런 걸 전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왜 우린 ‘강남좌파’를 잃었을까 이런 말도 해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가치는 뭐냐, 그게 검수완박이냐, 진보적 가치인 차별금지법이냐 그런 것들도 논의해야 한다. 다만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먹고 사는 데서의 가치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20년 된 구호 이후엔 먹고 사는 일에 있어 아직 우리의 가치 지향이 없다.”
△다선①
“정강정책대로라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그러나 중산층 기준은 다시 봐야 한다. 정강정책 만든 게 국민소득 1만불 시대였고 지금은 3만5천불 시대다. 우리가 지지층을 협소하게 만든 면이 있다. 강남 살면 다 기득권, 특권층인가. 기득권을 대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교하게 타기팅한 개혁이 필요하다.“
△다선③
“우리 모두가 정당으로서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고 진지하게 민주주의를 이끌어온 과정을 다시 살펴보며 국민 삶을 제대로 잘 만들고 불공정·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해내야 한다.”
△다선④
“우리가 원내 1당인 만큼 최소한 2년 동안은 선도적으로 솔선하는 모델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야당은 이렇게 하는 거야’하고 선도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거다. 상대를 공격해 얻어지는 게 아니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국민이 딱 원하는 걸 앞장서서 해내는 정국주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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