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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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한달. 출입기자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달, 새로운 10가지 변화’라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용산시대의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첫번째는 용산시대 개막, 두번째는 출근하는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꼽았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에 대해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 자평하면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들은 지난 한달간 주말과 외부 일정 등을 제외한 13번, 윤 대통령의 출근길 표정을 마주하고 물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질문을 정리하면 이렇다. “△△△를 임명하실 건가요?”
취임 사흘째인 지난달 12일, 임시 국무회의 주재를 앞둔 윤 대통령에게 기자들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들을 임명할 계획이 있으신지” 물었다. 윤 대통령은 “일부만”이라고 답한 뒤 자리를 떴고, 몇시간 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 2명(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해 임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웠다. 이후 기자들 질문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쪽으로 쏠렸다. 특히 ‘자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에 휩싸인 정 후보자에 대한 질문은 도어스테핑 13차례 중 4차례 등장했다. 그때마다 윤 대통령은 “검토해보겠다”(5월17일)고 넘어가거나, 답변을 회피(5월19·20일)했다. 윤 대통령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5월23일)고 답한 날 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질문 주제에서 자취를 감췄다.
주요 인선 윤곽이 그려진 뒤엔 ‘검찰 출신’ 인선에 대한 집중 질문이 이어졌다. “정부 요직을 검찰 출신이 독식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가”(6월7일), “검찰 출신 인사가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인재 풀 자체가 좁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6월8일), “검찰 출신 인사를 더 임명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6월9일) 물었다.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인사 원칙”, “전문가이자 적임자를 기용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답변을 아예 뭉갠 적도 있었다. 지난달 17일, 기자들은 성비위 논란이 불거진 윤재순 총무비서관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도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는가” 물었으나, 윤 대통령은 “다른 질문 없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답하곤 집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난 8일에는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난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계획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기자들이 줄기차게 ‘누구를 발탁할 것인지’를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는 어떤 사람과 함께하는지를 토대로 그려볼 수 있다. ‘인사가 곧 메시지’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검찰 출신 최측근 기용, 문제적 인물의 거듭된 임명 강행은 윤 대통령이 말하는 ‘유능함’과 ‘공정성’ 기준에 의문을 갖게 한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다음주에도 기자들은 이 질문을 던지게 될까. “△△△를 임명하실 건가요?”
김미나 정치팀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