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 논란과 관련해 “굳이 올 필요도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킬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두 사람이 물러났으면 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임기가 있으니까 알아서 판단하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에서 필수요원이 아닌 사람이 와서 앉아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음에 있는 얘기를 터놓고 비공개 논의를 못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직접 물러나라’는 말은 못하지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두 부처가 설립된 뒤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통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왔다.
또 최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전 정부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선 “민주당 정부 땐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형사사건 수사라고 하는 것은 과거의 일을 수사하지 미래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나. 과거의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조금 지나가고 나면 현 정부도 수사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자진 월북’이라던 과거 입장을 뒤집은 데 대해선 “내가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고 앞으로 더 진행되지 않겠나”라며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당사자도 진상확인을 위해 법적조치를 하지 않겠나”라며 “거기에 따라 진행 사항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야권에서 이와 관련해 ‘국가적 자해행위다’ ‘사실관계를 호도했다’ 등을 주장하며 신구권력 간 갈등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뭐가 나오면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보고 해석들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새정부 경제방향 발표’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그럼 하지 말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규제 중에서 제일 포괄적이고 센 규제가 세금인데, 지난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등이 징벌과세로 과도하게 됐다. 징벌 과세를 정상화해서 경제가 숨통이 틔워지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중산층과 서민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그 분들한테 직접 재정지원이나 복지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산층과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정부든 간에 중산층과 서민을 목표로 하지 않은 정책을 세운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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