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 만에 전임 정부를 향한 동시다발적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전임 정부 발표를 현 정부가 뒤집으면서 정치 쟁점화했고,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와 전 정부 인사들의 거취 문제도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 아들의 외침 앞에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썼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끊임없이 정의와 인권을 강조하지만 딱 두 곳이 예외다. 하나는 민주당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 내로남불을 넘어 북로남불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쟁점화하겠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을 월북으로 둔갑시켜 인격살해한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앞으로 더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생보다는 친북 이미지, (민주당이)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신색깔론적 접근”이라고 맞섰다.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도 갈등을 키우는 요소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며 ‘직진’ 의지를 표시했다. 민주당은 기획 수사 의혹을 제기한다. 우 위원장은 “박상혁 의원 소환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 신청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략적 의도가 아니고선 해명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며 진퇴를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에게 사실상 사직을 종용한 전 정부 인사들의 거취 문제 역시 또 하나의 전선이다. 전 위원장은 18일 “ 법률이 정한 국민권익 보호라는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채울 뜻을 표시했다.
신구 정권이 대립하는 전선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처럼 전 정부 ‘정보공개청구 항소사건’ 목록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정보공개를 피했던 사안 중엔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비서실 특별활동비 등 정보공개청구건’이 포함돼 있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옷값 과다 지출 의혹을 들고 나섰고, 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청와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놓자, 청와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실이 항소를 포기하면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돼 정보가 공개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특활비 건과 관련)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임 정부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 항소사건 현황부터 파악해 보려는 단계”라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이 과연 현명하냐. 사법기관, 권력기관을 앞세운 야당 압박이 지금 경제위기 국면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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