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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진억 “‘진보’란 말 오염됐다…‘좌파정당’ 내걸고 기득권 깨야”

등록 2022-06-21 14:00수정 2022-06-22 02:49

박찬수의 직선ㅣ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진보 정당·단체 연대모임 ‘너머서울’ 주도
서울시장 선거서 ‘진보 단일후보’ 지원
“민주당 심판이자 진보정당 심판이었다”

정의당, 지지기반·노선 불분명하니 흔들려
진보정당 통합? 분열 원인 해소해야 가능
‘좌파정당’의 분명한 정체성 보일 때 됐다

민주당 잇딴 패배, ‘87년 체제’ 붕괴 의미
기득권·불평등 타파를 새로운 동력으로

노조도 ‘격차 해소’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진보정치, 대중운동과 결합해야 산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선 시즌2’ 프레임에 힘입은 국민의힘 독주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오랜만에 보는 ’진보 단일후보’였다. 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 등 진보 4개 정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한 단체들이 함께 권수정 후보를 ‘진보 단일후보’로 밀었던 것이다. 그 밑바탕엔 지난해 3월 서울지역의 진보 정치세력과 단체들이 모여 만든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너머 서울)이란 모임이 있다. 이렇게 진보 단체들이 총결집했음에도 권수정 후보 득표율이 1.21%에 머문 건, 지금 진보정당과 진보적 단체들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다. 지난 13일 ‘너머 서울’ 결성을 주도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을 만나, 오랜만의 진보 연대는 어떻게 이뤄진 건지, 그럼에도 기대에 못미친 선거결과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김진억 본부장은 민주노총 내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처음 불거질 때부터 이 사안에 천착하며 ’대기업 정규직노조를 넘어선 폭넓은 연대와 사회활동’을 주장했다. 2009년엔 케이블 설치기사와 콜센터 상담원 등을 조합원으로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함께 아우르는 ‘희망연대노조’를 만들어 지금은 6천여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로 성장시켰다. 이런 경험이 갈라진 진보 정치세력을 한 테이블에 모으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박찬수 대기자
박찬수 대기자

― ‘너머 서울’은 지방선거 참여 외에 어떤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겁니까? 코로나 이후 양극화 해소가 목표인 건가요?

“그렇죠. 코로나를 넘어서 세상을 바꿔보자는 거죠.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잘사는 나라인데 국민들은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란 말이죠. 그런 게 지표로 나오잖아요. 왜 그런가? 그건 불평등 때문인 거죠.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고, 승자 독식의 무한 경쟁사회이기 때문인 거죠. 그 다음에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데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걸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상층 정치에만 기댈 게 아니라 대중 주체의 정치운동·사회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플랫폼 공간으로 ‘너머 서울’을 구상하게 된 겁니다. 말하자면 노조 운동과 정치 운동이 만나고, 노조 운동과 사회 운동이 만나고, 또 사회 운동과 사회 운동이 서로 연결돼서 각자의 힘은 약하니 단결해서 사회 대전환 운동을 한번 해보자, 그런 생각입니다.”

― 코로나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을 심화시켰지 않습니까? 가령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큰 타격이 없었지만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훨씬 큰 고통을 받은 거고요. 그래서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를 기반으로 한 민주노총이 격차 심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연대 활동에서 이런 비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습니까?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런 지적은 일부 왜곡된 측면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세력인 노동조합이 제대로 역할과 활동을 하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지난 20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30%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어요. 많이 바뀐 거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노총 차원에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슬로건으로 내걸지만 실제 교섭과 적용이 기업별 노조 차원에서 진행되다 보니까 그 성과가 해당 산업의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못한다는 거에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죠. 이 구조를 깨뜨리려면 산별 교섭을 해야 하는데, 사용자를 끌어내서 그렇게 해야 하는데, 저희가 힘이 딸린 거죠. 민주노총도 적극적인 목표와 실행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지금 이런 상황이 되는 거죠.

저는 자본의 노동 갈라치기 전략, 하청업체를 쥐어짜서 대기업 노조에 과실을 일부 나눠주는 식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보는데, 이걸 깨뜨리는 게 필요해요. 사실 성장의 과실은 기업들이 거의 다 갖고 가는 건데, 그나마 노조에 속한 노동자들이 조금 더 받는 건데, 이걸 가지고 공격하거든요. 우리 내부의 ’을들의 싸움’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최저임금도 비슷해요. 자본과 노동의 싸움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과 노동자와의 싸움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이걸 뚫고 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죠. 우리 책임도 물론 있구요.”

―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권수정 후보 득표율은 1.21%로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 후보가 3.2%를 얻었던 것에 비하면 지지율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건데요, 진보 단일후보임에도 저조한 득표를 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지방선거 구도가 그렇게 짜인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저희가 원래 짜려던 정치 구도는 중도보수 민주당과 수구보수 국민의힘 그리고 진짜 진보인 진보 단일후보, 이렇게 3자 대결로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 등락을 함께 해왔어요. 민주당이 표를 많이 얻으면 진보정당도 세력을 넓히곤 했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직후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때 민주노동당이 약진했고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6.1%의 득표율을 기록한 게 그런 예죠. 이번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었고, 그게 정의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때문에 진 거 아니냐’ 이런 시각이 범진보 유권자들 사이에 있다 보니까 정의당은 더 타격을 받은 거 같아요. 대안정당으로 부각되지 못하니 ’반국민의힘-비민주’ 유권자 다수는 기권하기도 했고요. 결국 권수정 후보가 진보 단일후보의 위력보다는 대선 연장전이라는 정치구도에 휩쓸렸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 대로 이번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이기도 하지만, 진보정당 역시 참패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거 같습니다. 특히 정의당은 기초단체장을 한석도 내지 못했고 광역·기초의원도 9명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정의당의 약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볼 때 정의당의 정치 노선은 도대체 뭐지, 그게 잘 안 드러나요. 진보정당인데, 좌파정당인데, 좌파정당으로서 자기 노선과 정책, 정체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죠. 집권 전략도 잘 보이지 않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서 자기 색깔이 없는 거죠. 또 당의 기반이 정확치가 않아요. 도대체 정의당의 지지기반은 어딘가, 노동인가? 청년인가? 아니면 여성인가? 불분명하죠. 3월 대선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확 쏠려버린 게 그런 예죠. 좌파정당으로서 노선과 정책, 집권전략이 없으니까 모래성 위에 지은 집처럼 사안사안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거 같아요. 제가 이번엔 권수정 후보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정의당은 양쪽에서 비난을 받고 있어요. 한쪽에선 민주당 2중대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국민의힘 2중대라고 합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lt;한겨레&gt; 인터뷰에서 답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답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정의당과 비교하면 진보당은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초단체장 한곳(울산 동구청장)과 20여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당선시켰는데요, 이런 상대적인 선전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상대적인 선전인 거죠.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시절과는 비교가 안되는 미흡한 성적인데 정의당에 비해선 어쨌든 선전한 것이니까요. 정의당의 광역 비례대표 지지율은 4.14% 정도 됩니다. 그런데 진보당 지지율은 0.92% 정도예요. 그럼에도 당선자를 많이 낸 비결은 뭘까, 두가지 요인이 있는 거 같아요. 하나는 진보당이 노동 등 기층에 기반해서 지역 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점이죠. 비록 당 지지율은 낮지만 지역기반이 강하거나 노동이 센 지역에선 그 성과가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정의당 후보 중에서도 지역활동을 열심히 한 후보들이 있거든요. 이런 후보들이 다수 떨어진 건 친민주-범진보 유권자의 정의당에 대한 비토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진보당도 ‘종북 정당’이란 왜곡된 이미지가 있지만, ‘진보 단일후보’란 슬로건이 이런 약점을 좀 가리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 여러 개로 갈라진 진보정당이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갈라진 진보정당의 재통합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 의미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과거 민주노동당은 제3의 대안 정당으로 인식이 됐죠.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15% 때론 20%까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민노당이 분열된 건 정파간의 노선 차이도 있지만 비례 국회의원이나 당직을 누가 갖느냐 하는 일종의 패권 다툼 때문에 분열된 것이 크다고 봅니다.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였고요. ‘분열’은 그 결과였던 거죠. 그러니 우리가 다시 힘을 발휘하려면 통합해야 한다, 이건 너무 단선적인 얘기죠. 왜 분열이 됐나, 그 이유와 원인을 찾아서 해소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게 없이는 다시 예전의 갈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죠. 우리 사회의 의제도 많이 바뀌었으니까 현 시점에서 (정파 갈등이) 봉합할 수 있는 문제인가 따져봐야 할 거 같고, 그런 문제들의 해소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하나 중요한 건, 아까도 말했지만 진보정당은 민주당과 등락을 같이 했단 말이죠. 여기서 벗어나려면 통합한 뒤엔 ‘좌파정당’으로서 분명한 자기 노선과 정책, 정체성을 갖고 지지를 얻어야겠죠. 그냥 두루뭉술하게 진보정당 통합을 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또 문제가 발생하리라 봅니다.”

―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운동을 진보 정당들이 연대해서 해보니까 어떻습니까? 과거의 패권적 행태가 많이 사라진 거 같습니까?

“서울 지역은 그런(패권적) 모습은 없었어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너머 서울’에서 공동 행동을 하면서 서로 신뢰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진보정당의 기반과 역량이 취약하다 보니 다툼보다는 연대가 절실했던 측면도 크고요.”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많은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를 많이 받아들인 측면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나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같은 정당이 과거 민주노동당처럼 대안의 제3세력으로 다시 서는 게 가능할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죠. 미국처럼 리버럴 정당인 민주당과 보수인 공화당의 양당 구도로 갈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미국이 우리가 가야할 사회의 모델인가,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상대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리버럴하다고 말할 순 있겠지만, 지난 대선이나 지방선거를 보면 두 거대 정당의 정책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하잖아요. 국민의힘은 강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연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거죠. 저는 그래서 한국의 진보정당은 유럽처럼 분명하게 좌파 정당으로 가야 한다, 명확하게 좌파 색깔을 드러내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자꾸 민주당과 연대하면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젠 자기 내용과 색깔을 갖고 앞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요구, 그게 급진적이라도 그런 요구를 분명하게 내걸고 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게 하면 저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김 본부장은 ‘좌파 정당’이란 표현을 자꾸 쓰시는데, 예전엔 색깔론 때문에 진보 내부에서도 ‘좌파’라는 단어를 좀 금기시하지 않았습니까? 이젠 ’좌파’라는 말을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다 상대적 개념이기는 하지만, ‘진보’라는 말이 너무 오염이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도보수인 민주당이 이미 진보 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니까요.”

― 다른 한편으론 ‘진보’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세대에겐 ‘낡고 뒤쳐졌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런 인식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노동이라든가 진보라든가 이런 개념들이 대단히 필요하고 유용한 것들인데, 이게 많이 오염이 돼 있는 게 현실이죠. 더이상 참신하지도 않고 진부한 말처럼 들리는 거죠. 저는 그게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표방한 정치세력에 대한 이미지나 평가 때문이라고 봐요. 진보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이 그렇게 보이게끔 활동을 한 거죠.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보면 ‘진보도 부모 찬스를 쓰는 기득권이네’ ‘보수하고 다르지 않네’ 그런 이미지를 준 거죠. 진보정당도 당내 갈등 과정에서 서로 머리끄덩이 붙잡고 싸우고, 그런 걸 보면서 저게 진보의 모습은 아닌데 라는 대중적 실망과 좌절이 있었던 거죠. 저는 민주당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게 이른바 ‘87년 체제’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봐요. 87년 체제라는 게 19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항한 민주화운동이 동력이었다고 본다면, 그 동력을 기반으로 586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했던 것인데, 이제 그 동력은 다 소진됐다고 봐요. 그 다음은 뭐냐, 불평등의 문제로 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연합이 워낙 강한데 과거 민주화운동 중추세력도 그 기득권의 일부가 된 측면이 있는 거니까, 국민은 우롱당했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가치와 노선, 슬로건을 다시 개념화해야 하는데, 저는 이제 좌파 정당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개념을 갖고, 내용을 채우는 실천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할 때엔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가장 강력한 조직적 기반이었습니다. 지금은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의 거리가 많이 멀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진보정당과 노동운동, 좀더 구체적으로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민주노동당 만들 때는 노동이 주요한 기반이었죠. 그런데 진보정당이 두차례 분열을 겪으면서 노동에서 멀어졌죠. 저도 원래 (2008년) 민주노동당 분열 때 탈당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통합진보당까지 갔다가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 때 결국 탈당했거든요. 잘못된 정파 운동이 진보정치운동과 노동을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진보정당의 기본 토대는 노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에서 여러 사회운동, 이를테면 여성과 청년, 환경 운동 등과 결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굳건한 토대가 없으면 진보정당은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지역사회가 함께 해서 성과를 거둔 게 무상급식 운동이에요. 무상급식 운동은 1990년대 초반에 시민사회에서 시작해 점점 공감대를 형성해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주요 요구로 내걸었고, 결국은 보수도 거부할 수 없는 정책이 된 거죠. 지금도 주거권이나 기후정의, 공공의료, 공공돌봄 이런 것들에서 진보정치와 사회운동, 노동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나서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선거 때만 후원하고 연대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대중운동을 함께 하는 것, 노동도 개별 사업장에 갇히지 않고 사회운동과 적극 연대하는 것, 이렇게 되지 않으면 진보정치가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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