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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최종안이 아니라서’…대통령실-부처 혼선까지 불러온 윤 대통령

등록 2022-06-24 19:59수정 2022-06-24 20:19

노동부 장관 발표 하루 만에 “공식 입장 아냐”
‘부정확한 즉흥 발언’에 반복적 혼선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부) 최종안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이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어제 보고받지 못한 게 언론에 나왔다”며 “아침에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것이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간의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노동부 발표 하루 만에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곳에서 사실과 달랐다. 전날 노동부는 이정식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꿔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개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노동부에서 발표한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 쪽은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 권기섭 차관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가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후에야 “최종 보고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는 그런 뜻이 아니다”라며 “(노동부 브리핑은)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다 논의됐던 내용이라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동시간 개편은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주요 국정 과제였다는 점에서 그가 ‘부정확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한주 120시간” 노동 언급을 했고,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교육·연금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꼽았다. 더구나 노동부 장관 브리핑은 이미 지난 17일 공지됐다.

윤 대통령은 노동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이 ‘주 92시간 노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보고받지 못했다”고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효과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채 황급히 “최종안이 아니다”라고 주워 담은 모양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정제 안 된 즉흥 대응은 대통령실과 부처 간 혼선을 부른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부처 사이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실이 부처와 조율을 효율적으로 잘 해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신경 쓰고 잘하려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혼란을 가중했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 문란”이라고 했고,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 공식 발표를 했는데, 하루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논평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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