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양 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공동취재사진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국민의힘이 만든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 특위)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여당의 특위 위원장을 야당 인사가 맡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이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시대적 공감대, 그 위대한 변화에 제 7년의 노력도 담겨있다는 생각에 감개가 무량하다”고도 했다.
양 의원은 2016년 1월12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성 인재 2호로 영입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2014년에는 상무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 최초의 호남 출신 고졸 여성 임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학력·지역·성별의 차별을 극복한 시대의 아이콘이며 최첨단 산업을 이끌던 기술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양 의원은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당 인사를 했다.
양 의원은 2016년 4·13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호남에서 분 국민의당 열풍이 불면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패배했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는 2020년 4·15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지역에 다시 출마해 천정배 민생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양 의원의 지역 사무실 전 특별보좌관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계 담당자를 몇 달에 걸쳐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전 특보는 양 의원의 외사촌 동생이었다. 양 의원은 당시 언론에 “성폭행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자와 직접 소통한 결과 성폭행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같은달 12일 양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고, 양 의원은 다음날인 13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양 의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유리하게 만들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강행하려고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무소속 양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기고, 법사위 소속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보내는 사·보임을 추진했다. 이에 양 의원은 “법안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밝히고, 같은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기권을 선택했다. 그는 5월18일 페이스북에 “내가 입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복당 신청을 철회한다고 적었다.
지난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질책하자 양 의원은 “신속한 입법으로 정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위 위원장직을 양 의원에게 제안했고, 그는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차원의 반도체 특위를 제안했고, 국회 개원 즉시 특위를 설치한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를 수락했다.
양 의원은 이날 반도체 특위 첫 회의에서 “국회가 개원하고, 국회 차원의 특위가 구성되는 대로 시급한 (반도체 관련) 입법부터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무소속 의원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반도체 특위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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