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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준석 진짜 가만두면 안 된다”…토사구팽 뒤 ‘윤핵관 시대’ 올까

등록 2022-07-03 07:30수정 2022-07-03 22:18

[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국힘 ‘7월7일’ 초유의 당대표 징계 수순

7일 윤리위서 이준석 징계 전망
윤 대통령 ‘미필적 고의’로 방치
당내 ‘윤핵관’ 견제 세력 지우고
여당 신자유주의 노선 질주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6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맨 왼쪽),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셋째)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맨 왼쪽),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셋째)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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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난 뒤에 필요 없게 된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입니다. “팽당했다”는 말도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정가에서 토사구팽이라는 단어는 1993년 재산 공개 파문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김재순 의원이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재순 의원은 7선(5·6·7·8·9·13·14대 국회) 의원이었습니다. 13대 국회 전반기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거물이었습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자당 안에서 김재순 의원은 민정계였지만 민주계였던 김영삼 대표를 지지했습니다. 그 바람에 민정계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쫓겨나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사구팽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오래전 일을 끄집어낸 이유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사건 때문입니다. 이준석 대표 징계 사유는 ‘성 접대 및 증거인멸’ 의혹입니다. 실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에서 읽으면 전형적인 토사구팽입니다. 1993년 김재순 의원 사퇴가 재산 축소 신고라는 실체가 있었지만, 정치적 맥락에서는 토사구팽이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제휴와 배신은 비정한 정치 세계의 기본 속성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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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명운 걸린 ‘7월7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월7일 이준석 대표를 출석시켜 소명을 듣기로 했습니다. 곧바로 징계를 의결할 것 같습니다.

징계에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가 있습니다. 제명은 윤리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합니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에 탈당해야 하고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합니다. 당원권 정지는 1개월 이상 3년 이하 기간을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들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는 제명, 탈당 권유, 또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것 같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준석 대표는 도대체 뭘 잘못한 것일까요? 윤리위원회 규정은 징계 사유를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1.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2.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하여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
3. 정당한 이유 없이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하였을 때
4.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음에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에 불출석하였을 때

정당의 징계는 형사처분 사유 확정을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 재판’인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려고 이른바 ‘7억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만으로도 이미 국민의힘에 상당한 해를 입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또 다른 실수도 있습니다. 중앙윤리위원회 이양희 위원장을 너무 쉽게 본 것입니다. 이양희 위원장은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이준석 대표와 함께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영삼·김대중과 함께 40대 기수론을 외쳤던 소석 이철승의 딸입니다. 뼈대 있는 정치 가문 출신인 것입니다. 지난 6월22일 기자들 앞에 꼿꼿이 서서 브리핑을 하던 이양희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 그런 강단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 도중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 도중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7월7일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준석 대표에게 점점 더 등을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의원들한테 물어봐라. 이준석 좋다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후보 시절이야 친윤(친윤석열)-반윤이 있지만, 대통령이 되면 다 친윤이 돼서 끌고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민주당처럼 우리도 친윤-반윤 이러고 있으니까 한심하다.”

“우리가 지금 조용히 하고 있는 게 7월7일 윤리위가 있으니까 참고 있는 것이다.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김철근 실장은 종범인데도 징계가 개시됐는데 어떻게 주범이 안전하겠냐.”

“이준석은 본인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적으로 몰아붙여 공격하고 있다. 내가 진짜 한마디 하고 싶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라고 생각할까 봐 말을 못 하는 거다. 저런 ○은 진짜 가만히 두면 안 된다.”

꽤 험악하지요? 여러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를 왜 이렇게 싫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나이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나이가 벼슬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사람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 등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필요해서 대표로 뽑기는 했지만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새파란 대표’를 계속 모시기 싫을 것입니다.

둘째, 복종의 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의 후예입니다.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무조건 충성’ 가도에 이준석 대표가 걸림돌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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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징계 ‘윤심’은 어디에?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이준석 대표 징계 및 축출에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하고 있느냐입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이준석 대표와 각을 세우고,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박성민 의원이 이준석 대표 비서실장직을 그만둔 것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려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내 정치와 권력투쟁에 익숙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미필적 고의’ 정도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내부를 잘 아는 분석가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절차는 본질상 차기 당권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절차’ 자체보다 당이 ‘그 이후’의 그림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윤리위원회 일정이 지방선거 이후 두차례나 연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점은 당이나 정권 입장에서 ‘그 이후’에 대한 플랜이나 그림이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합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당내 핵심그룹의 주된 관심사는 이준석 징계보다 징계를 언제 개시할 것인지 그 ‘시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권성동 양자의 시각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들레 모임 등을 내세워 정권 옹위 그룹으로 당내 주류 형성을 시도했던 장제원 의원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징계→비대위→조기 전당대회’ 등 플랜을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재로서는 가장 과격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 입장에서는 페이스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습니까? 저는 이런 분석이 옳다고 봅니다. 쉽게 정리하면 이준석 대표 체제로의 안정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 이준석 대표 징계와 앞으로 벌어질 혼란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각본에 따라 밀어붙이는 ‘정치 기획’이 아니라, 대선 승리 이후에 자연발생적으로 벌어지는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는 얘깁니다. 어쨌든 윤핵관들과 이준석 대표의 대립은 결말이 뻔히 내다보이는 싸움입니다. 당내에 우호 세력이 별로 없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윤핵관들을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이준석 대표는 1일 오전 서울공항에 가서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3초 정도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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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천하 올까

이준석 대표 징계 및 축출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마침내 보수 세력의 전위인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쫓아냈고, 지방선거를 치르며 유승민 전 의원을 몰아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스스로 중앙정치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제 이준석 대표만 제거하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핵관들과 맞설 사람은 당내에 아무도 없습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 ‘경찰의 민주적 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찰행정지원부서 신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 ‘경찰의 민주적 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찰행정지원부서 신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윤석열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이념을 앞세운 ‘이명박 시즌 2’ 정권입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장악한 윤석열 정부는 경제는 친기업 및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외교·안보는 남북대결 및 친미·반중 노선으로 질주할 것입니다. 이런 조짐을 미리 읽은 김종인 전 위원장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국민이 생각한다. 그래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웠다. 최근에 그게 어디로 사라졌는지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 그러니 국민이 ‘역시나 저 정당은 기득권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6월27일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

“지금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뭐라고 하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얘기해야지, 막연하게 자유주의 시장경제, 민간 주도 경제 이렇게 해서 경제 분야를 풀 수 없어요.”(6월30일 <케이비에스>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마무리하겠습니다. 당장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은 그 자체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 위기로 그렇지 않아도 고통받고 있는 국민에게 추가 피해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면 그 뒤의 일은 더 걱정입니다. 여권 내부의 견제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신자유주의의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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