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가 8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림에 따라 여당 권력구도 재편의 서막이 올랐다.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 결정 무효를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상황이라 대표직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윤리위가 이날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대표를 중징계한 배경에는 ‘7억원 투자유치 각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은 지난 1월10일 이 대표를 성 접대했다고 주장한 장아무개씨를 만나 ‘성 접대 사실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대전의 한 피부과 병원에 7억원 투자를 유치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지시로 장씨를 만나지 않았고 7억원 투자 약속도 성 접대 무마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윤리위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지시로 김 실장이 장씨를 만나 의혹 무마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윤리위는 이 대표에 이어 김 실장에게도 ‘당원권 정지 2년’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도 없는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윤리위는 이런 반박도 일축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7일 윤리위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할 윤리 강령과 규칙 판단한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윤리위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 다.
집권여당 대표가 당 윤리위 결정으로 당원권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의힘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당장 윤핵관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게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당내 다수 의원들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쪽은 ‘당원권 정지’가 실행돼도 당대표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일 뿐 사퇴를 강제할 순 없다며 결사항전을 불사할 태세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이나 재심 요청을 통해 당분간 당 대표 자리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로서는 추후에 수사 결과로 무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보상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진 사퇴는 전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위 결정으로 이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은 만큼 ‘버티기’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미 조기 전당대회 방식이 논의되는 등 ‘이준석 이후 시나리오’가 구체화하며 당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당대표 후보로는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이 돌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꼽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핵관이 안철수 의원을 내세워 섭정에 나서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이 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우는 당 대표가 아니라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방식의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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