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인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동그라미)가 지난 5월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권 대표가 당시 앉았던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 등이 앉은 주요인사석이다. 권 대표 앞쪽으로 윤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맨 앞줄 제일 오른쪽 모자 쓴 이)가 앉아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인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가 취임식에 초청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한겨레> 취재와 <시사저널> 보도를 종합하면, 권혁민 대표는 지난 5월10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취임식에 ‘주요인사’(VIP)로 초청돼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사진을 보면 권 대표는 윤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뒤쪽에 앉아 있다. 대통령실은 권 대표 참석 여부를 묻는 물음에 “취임식 초청자 명단이 없어 일일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설령 권 대표가 초대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식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권 대표와 안씨 모두 같은 분이 초대한 것으로 안다. 꽤 높은 분”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욕설 시위를 주도하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가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 전 회장 아들이 주요인사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것은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는 물론이고 취임식 당시에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당연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권 대표를 취임식에 초청한 것은) 아직 (권 전 회장의) 유죄가 나오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가조작 세력과 짜고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뒤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요 가담자 14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들의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가조작에 주식과 자금을 댔다는 의심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당선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뒤 올해 5~6월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수사 라인은 ‘윤석열 사단’(송경호 지검장-김영철 반부패수사2부장)으로 물갈이됐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시점을 저울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해명을 촉구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주가조작 핵심 피의자의 아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이유가 무엇이고 누가 초청했는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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