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도 사퇴 뜻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권성동 대행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준석 대표 쪽은 비대위 전환에 반대해 내홍이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다.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으면서 11일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20일 만에 붕괴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사의 표명을 전후해 최고위원들의 사퇴도 이어졌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물러난다”며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 등 ‘여권 3축의 쇄신’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가 지명했던 윤영석 최고위원도 이날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큰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사의를 밝혔다. 지난 29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배현진 의원을 포함해 3명의 최고위원이 물러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성일종 최고위원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추가 사퇴 의사를 표시했다. 지도부 중 사퇴 뜻을 밝히지 않은 이는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뿐이다.
이 대표 쪽은 당내 친윤석열계가 비대위 전환을 통해 이 대표를 축출하려 한다고 여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헌·당규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아무런 명분도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다만, 당내 주류인 친윤계가 밀어붙이는 비대위 체제 전환을 막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친윤계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린 뒤 9월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이준석 대표 궐위에 이어 7월에만 두번이나 지도 체제가 흔들리자 우려가 나온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당이 이러면 안 된다. 정권 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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