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새달 1일부터 임기 첫 여름휴가를 떠난다. 여권 안팎에서 당과 대통령실·정부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윤 대통령의 휴가 중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쇄신론’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물러나며 ‘당과 대통령실, 정부 등 여권 3축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여당, 내각, 대통령실의 세 축은 무능함의 극치다. 지금 당장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새로운 인적 구축과 각오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른바 ‘당·정·대 쇄신’ 중 윤 대통령이 가장 손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건 대통령실 핵심참모 물갈이다. 취임 80일 만에 지지율 30%선이 붕괴하면서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실 홍보·정무 라인과 ‘존재감 없는’ 비서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원래 위기 상황에는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온다”며 “인적 쇄신은 ‘위기를 극복하자’ ‘다 같이 정신 차리자’는 이야기”라고 소극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인사권자인 대통령만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부분으로 그걸 포함해 이번 정국 구상 기간에 고민하실 것으로 보고 있다”고 교체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에게는 치솟는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등 민생경제 현안도 시급하다. 휴가 직후엔 광복절 사면도 임박해있다. 외교·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윤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데 이어, 새달 1일부터 한·미·일 3국의 미사일 탐지·추적 연합 훈련 등이 예정돼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내 2~3일은 지역 민생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통령 별장이 있는 경남 거제의 ‘저도’가 후보지로 꼽힌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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