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지도부가 1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을 결정했지만, 향후 비대위 활동과 전환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해 집권 여당의 혼돈이 쉽게 수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신할 비대위의 활동 기간부터 논쟁이 예상된다. 현재 이준석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에 따른 ‘사고’ 상태이며, 잔여 임기는 내년 6월까지 10개월 정도다. 당헌·당규상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히는 당대표의 임기는 잔여 임기가 된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짜리 당대표를 새로 선출하기 위해선 비대위 체제가 내년 1월까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도 내년 1월에 풀린다. 비대위가 오래 존속할 경우 이 대표의 복귀 시점과 충돌할 수 있으므로 친윤석열계 쪽에선 아예 당헌·당규를 개정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2년짜리 새 당대표 선출을 희망한다.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곧 이 대표 기소 의견을 내놓으면, 국민의힘이 추가 징계를 통해 이 대표의 직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새 지도부 선출의 장애물을 제거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대위 출범 뒤 조기 전당대회’ 시나리오는 결국 이 대표의 정치적 복귀를 막는 포석으로 연결되고 있어, 벌써부터 논란이 제기된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는 이 대표가 돌아올 길을 봉쇄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비대위는 이 대표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9일에 돌아올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다. 조기 전대를 전제한 비대위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대위 체제 전환을 두고도 곳곳에서 이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을 보면, 비대위 구성 요건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되어 있다.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해야 하는 전국위원회의 서병수 의장은 이날 오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퇴로 궐위된 최고위원은 30일 이내에 전국위를 소집해서 선출하면 되니까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의장은 국민의힘 의총에서 비대위 전환이 추인된 뒤엔 “최고위에서 전국위를 소집하면 내가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절차적 논란에도 비대위 체제 전환까지는 발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 전에 소집한 중진회의에서는 “비대위 전환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 “7월8일 윤리위 결정 뒤에 당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 변경이 있었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권 대행은 만약 법적 분쟁으로 간다면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의총에서의 정치적 결정을 근거로 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 간담회와 의총 등을 명분으로 절차적 논란에도 비대위 전환을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면 법적 시비가 불가피하고 당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꼭 이준석 대표가 안 하더라도 당원 누구나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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