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29일 서울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권 의원 등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결의안에 대한 의견을 김 의장에게 전달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윤리위) 징계 대상에 오르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4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임을 내세우며 압도적 지지로 원내대표가 됐지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합의 번복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내부총질 문자 사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또다시 악재가 터져나온 모양새다.
윤리위는 29일 새벽 ‘연찬회 술자리’로 물의를 빚은 권 의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5일, 당의 비상 상황 속에서 금주령이 내려졌음에도 권 의원이 이를 지키지 않고 연찬회 뒷풀이 자리에서 음주와 노래를 하는 모습이 외부에 공개된 것을 징계 개시 사유로 지목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으로부터 권 의원에 대한 제소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징계 절차 개시 소식이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독립기구인 윤리위에 대한 입장표명이 본의와 무관하게 당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리위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다음달 6일 열리는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추가 징계를 앞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출석해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당시 권 의원이 기자들의 노래 요청에 응한 것이라 다소 억울할 순 있다면서도, 금주령이 내려진 만큼 좀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자들도 본인들이 (노래를) 요청해놓고 그걸 기사로 쓴 게 좀 너무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당시 연찬회에 참석한 대통령이 술을 마시지 말자고 한 만큼, 권 의원이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징계가 이뤄지게 된다면, 권 의원의 정치 행보에 또다른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여당 첫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뒤 이를 번복하면서 리더십에 첫번째 상처를 입었다. 이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당시 ‘9급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키운 데 이어, 결정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총질 당 대표” 문자 메시지를 노출시키며 지도력의 한계를 노출해 지난 8일, 취임 5개월 만에 원내대표직을 조기 사퇴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이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야당과 언론 때리기에 나서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여당 의원들과 함께 <문화방송>(MBC)를 항의 방문하고 해당 논란을 “엠비시 자막 조작 사건” “대국민 보이스 피싱” “외교적 자해공갈”이라고 규정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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