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를 언급하며 대남 핵위협 수위를 높인 이튿날인 11일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긴장 고조의 악순환 상황을 헤쳐나갈 실질적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누누이 강조했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아주 견고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서 잘 대비하고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동해상에서 벌인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야당이 ‘친일 논란’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핵위협 앞에서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느냐. 현명한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도 ‘담대한 구상’이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핵을 통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방향을 전환할 경우, 단계별로 북한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군사행동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뿐만 아니라 재래식 국지 도발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북한이 전개할 수 있는 어떠한 도발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대책과 관련해 “한·미 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과거보다 공고하고 강화된 형태의 확장억제를 추진하고 있다”고만 했다. 사실상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밖에 기댈 게 없는 현실을 내보인 셈이다.
위기감이 고조되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극단적 대응책마저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이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묻자 “대통령으로서 지금 현재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등을 들어 그동안 전술핵 재배치에 명확히 반대해왔던 것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날 한 언론에서는 여당과 대통령실이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어떠한 논의도 진행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담대한 구상’ 중 남북대화 부분이 당장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대화 노력을 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을 제재 압박만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접근은 도리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현실적 목표를 설정해 정교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지 말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끝없는 적대관계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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