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 관련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와 외교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적시 전개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보다는,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미국에 실질적 핵 공유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때 미국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자고 미국 쪽에 요청했고, 핵탑재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확장억제(동맹국이 위협받을 때 미국이 자국 위협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핵 억제력을 제공) 강화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협의하고 논의하고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핵항모나 핵잠수함의 상시 배치 또한 “구체적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를 좀 더 구체화했다. 신 차관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그런 차원의 논의가 한-미 간에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한국 영토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 명분을 포기하는 것인데다 미국의 반대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미 전략자산 상시 전개 등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전술핵 재배치’ 등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집권여당 핵심 인사들은 그 틈을 파고들어 위험부담 크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쏟아내며 소모적인 논란을 키웠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겨레>에 “여당이 꺼낸 전술핵 재배치 카드는 심사숙고된 결정이 아니다. 그동안 미국의 확장억제에 장기간 의존해오면서 미국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인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2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중앙군사위원장 현지 지도 아래 전술핵 운용부대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핵 위협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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