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대선자금 의혹 등에 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21일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까지 포함하는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시간 끌기이자 물타기”라며 즉각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며 “뿌리부터 줄기 하나까지 사건 전모 확인은 특검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며 △대장동 개발과 시행사인 화천대유 실체 규명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일당에 대한 불법대출 사건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 △윤 대통령 아버지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산 경위 △대장동 수사 허위진술교사 의혹 △‘대장동 비리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한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의혹 등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12년간 로비를 시도했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인터뷰한 남욱이 1년이 지난 지금 검찰에서 2021년 4월~8월 사이 8억원의 대선자금을 주었다고 말을 바꿨다”, “죄를 주기 위해 진실을 조작·날조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제안했던 특검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윤 대통령 의혹까지 거듭 부각하면서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내부적으로 제안한 특검 구상에 몇몇 고위 당직자들은 ‘특검도 신뢰할 수 없다’며 반대했지만, 이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이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 때까지 (수사를) 끌고 갈 작정”이라며 “나라도 어려운데 이런 걸로 정쟁을 벌이는 게 맞느냐, 특검 6개월 수사로 한방에 털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제안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때 도입하는 것”이라며 “수사가 제대로 시작되니까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의도적인 시간 끌기이자 물타기 수사 지연”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 수사가 대장동 비리의 실체를 밝히기에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특검 반대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권이)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69석 다수 의석으로 특검을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추진 과정에서 여야간 격한 충돌이 예상되고, 특검법이 통과돼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타개하려고 당을 방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역공도 거세질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은) 당대표가 돼서 당을 방탄으로 세우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확신만 국민들에게 더 심어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특검법안을 만들고 다음주부터 특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역대 특검은 민도와 민심의 추이가 중요했다. 특검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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