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26 사건 4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이날 참배는 사전 예고없이 이뤄졌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윤 대통령은 이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개회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현충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비상대책위원들과 원내지도부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당 지도부와는 일정을 미리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언론에는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10·26에 맞춰 박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만이 현직 대통령 시절이던 1989년 박 전 대통령 10주기 하루 전인 10월25일 묘역을 공식 참배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직이던 2013년 10월25일 아버지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함께 박 전 대통령 참배에 나선 것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대구·경북 (TK) 지역에서조차 부정적 응답률이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근대화를 위해 수고하셨던 지도자 중 한 분이다. 평가받을 대목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존중과 예우를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26일에도 박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께선 최빈국인 우리 대한민국을 오늘날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기초를 놔주신 분이다. 한국이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놓은 점이 큰 업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