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중-한 관계는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며 “외부적인 도전은 미국, 내부적인 어려움은 민심”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인 단체 관훈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23일 출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한-중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자국의 제도가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정의롭고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기며, 자기들과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복종하지 않으면 혼을 낸다”며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이라 해도 자국의 이익이 흔들리면 가차없이 혼낸다는 점은 한국민도 깊이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미 관계가 중-한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한국에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말이 나온다”며 “중국은 어느 나라에도 선택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한국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입각해서 중국과 중-한 관계를 바라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사드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 성주에 배치됐지만, 미국이 가지고 있어 중국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거리상) 가깝기 때문에 전략적 균형이 깨진다. 중국의 이익이 상하지 않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그러면서 “한국의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게 양국 국민감정 악화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부정적 보도에만 초점 맞추고 과장하면 양국의 여론과 우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한반도는 중국과 연결돼 있다. 사고나 전쟁이 나거나, 핵무장을 하면 중국에 좋을 게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북핵 해결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무엇을 통해서든 비핵화 쪽으로 가야지, 핵을 가지고 대립적으로 가선 안 된다는 중국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선 “(북핵과 마찬가지로) 요즘 나오고 있는 ‘우리도 핵을 가지자’는 주장도 반대한다”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주 이 자리(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싱 대사는 “7차 핵실험 우려에도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토론자의 지적엔 “우리가 언제 묵인했나? 중국은 계속 비핵화와 평화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북핵 해결을 위한) 3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모두 중국이 만들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갔고 중국 땅을 거쳐 베트남에 갔다”며 “북-미 대화는 중국이 중간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핵 해결을 위한) 3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모두 중국이 만들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갔고 중국 땅을 거쳐 베트남에 갔다”며 “북-미 대화는 중국이 중간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5년 9·19 합의 때도 거의 성사가 됐는데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들고 나와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합의가 깨졌다”며 “지금도 여러 쪽과 접촉해 ‘강 대 강’으로 가지 말고 ‘선 대 선’으로 가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 말을 듣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 위해 중국식 대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 대사는 ‘중국이 대만의 무력통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은 확고하며 대만 독립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한국에서) 독립하겠다고 하면 인정해주고 하와이도 (미국에서) 독립한다면 인정하는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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