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방문, 통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부처 책임자 입에서 나온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을 두고, 여당에서조차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 현안 브리핑에 참석해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10만이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고됐는데도 차량 통제, 보행로 확보 등 사전 대응을 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 추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어 “어제(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된 측면도 있었다”며 “이태원 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경찰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서 진행된 집회에 대비하려다보니, 이태원에는 충분한 경찰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 장관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 안팎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에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상민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하라)고 썼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경찰 병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시위 때문에 경찰 병력이 분산됐다고 책임을 미루는 말도 모순적”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의힘 쪽에선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행사인 만큼 대규모 인파가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점 등에서, 이 장관의 책임 떠넘기식 발언이 성난 민심에 부채질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은) 경찰이나 소방 책임이 없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도 “세월호 참사를 경험해보지 않았느냐”며 “누굴 탓하기보다는 사고수습, 원인규명 등을 해줘야 하는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초선 의원도 “기본적으로 병력을 미리 배치했어야 했다”며 “이 장관이 이 사건의 책임자인 만큼 물러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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