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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신문사진편지] #23 무엇을 위한 ‘근조’ 리본인가

등록 2022-11-03 17:53수정 2022-11-03 18:05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검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앉아있다. 김혜윤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검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앉아있다. 김혜윤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엿새째인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참석자들이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했습니다.

이태원 사고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 중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인사혁신처는 이후 각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문의와 따가운 여론이 빗발치자 지난 1일 설명자료를 배포해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그 규격 등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다고 물러섰지만, 이날 참석자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굳이 글씨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패용한 참석자들이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고 가려지길 반복하는 리본 뒷면의 근조 두 글자를 보며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낸다’는 그 뜻을 왜 지우려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그뿐만 아닙니다.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회의 시작 직전 검은색 마스크로 급히 바꿔 썼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열린 회의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참사 초기부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장관은 지난 2일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의 이틀째 조문에 동행해 거듭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날도 회의에 참석하기 전 사흘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윤 대통령의 곁을 지켰습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리가 비어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리가 비어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하고 있다. 맨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하고 있다. 맨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이태원 참사 관련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를 주제로 작성된 경찰청 정책 참고자료가 <에스비에스>의 보도로 공개되며 또다시 논란을 빚었지요. 이 자료를 살펴보면 경찰이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 언론 보도 기류를 수집하는 정보 문건을 작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56명이 희생된 참사를 애써 ‘사고’라 축소한다 한들, 이 일의 진상을 가려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여론동향 문건’에 대해 ‘사찰행위’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여론동향 문건’에 대해 ‘사찰행위’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와 참여연대, 민변 주최로 열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의 어미니 김미숙씨(오른쪽)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아들 허재용씨를 잃은 이영문씨가 어깨를 겯은 채 함께 울고 있다. 뒤쪽으로 4·16세월호참사가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와 참여연대, 민변 주최로 열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의 어미니 김미숙씨(오른쪽)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아들 허재용씨를 잃은 이영문씨가 어깨를 겯은 채 함께 울고 있다. 뒤쪽으로 4·16세월호참사가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3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데 골몰한 것 아닌가 걱정된다. 우리의 애도는 피해자를 존중해 함께하는 것이고, 참사의 원인을 파악하여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며 “참사의 책임은 위험에 대한 상황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안전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엄중한 추궁에 대한 정부의 답을 애도 속에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3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입구 주변에 마련된 추모 공간(왼쪽)과 경찰이 통제 중인 참사 현장 앞(가운데),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쓴 추모 글과 꽃 등이 놓여 있다. 김정효 김혜윤 기자 hyopd@hani.co.kr
3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입구 주변에 마련된 추모 공간(왼쪽)과 경찰이 통제 중인 참사 현장 앞(가운데),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쓴 추모 글과 꽃 등이 놓여 있다. 김정효 김혜윤 기자 hyopd@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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