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주요 기업들과 사우디 쪽은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 총사업비 5천억달러(약 673조원)에 이르는 사우디 초대형 미래도시 개발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과 관저에서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연 정상회담에서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해외 건설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 지금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적기”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수교 이래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비전 2030’은 원유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의 산업다각화 구상으로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과 함께 사우디의 8대 중점 협력국이다.
사우디는 한국에 △수소 에너지 개발, 탄소포집기술과 소형원자로(SMR) 개발 △방위산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협력 △건설·기반시설 협력을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6건은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진 것이다. 각 협약의 예정된 사업비는 조 단위에 이른다.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사우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과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샤힌 프로젝트)을 추진하는 에쓰오일이 국내 건설사들과 체결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3건은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로 꼽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샤힌(아랍어로 매라는 뜻) 프로젝트는 약 7조원을 들여 울산에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 정부·기업과 잇달아 계약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사업비 5천억달러를 들여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첨단 미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달러(약 8조7천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를, 한전은 사우디 민간발전업체(ACWA파워)와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 약정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5천억원 규모의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을 따내면 한국 고속철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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