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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입 리스크’ 윤 대통령, 언론 ‘비판 보도’ 빌미로 출구 찾기

등록 2022-11-21 18:22수정 2022-11-22 18:3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통령실이 21일 ‘윤석열 용산시대’의 상징으로 내걸어온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무기한 중단한 것을 두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라고 강조한 약식회견의 명분을 스스로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러차례 약식회견을 용산 대통령실 이전 성과로 앞세웠다. 지난 6월9일 대통령실은 청와대를 벗어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며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을 꼽았다. 윤 대통령 자신도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답변 내용이나 태도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약식회견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결론부터 말하면 계속하겠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직 수행 과정에 국민에게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며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건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취임 여섯달여 만에 <문화방송>(MBC)을 문제 삼아, “동맹을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 “난동에 가까운 (취재) 행위”라며 약식회견 중단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9월 뉴욕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당사자로서 그 사실관계 확인은 회피한 채, 문화방송의 비속어 관련 보도를 “악의적”이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그간 ‘불편한 질문’과 ‘날 선 답변’이 이어지며 윤 대통령의 ‘메시지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특정 언론사의 보도와 그에 따른 마찰을 빌미 삼아 약식회견을 전면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출근길 회견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거셌다”며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긍정적으로 소화해야 하는지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 정무적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 약식회견 장소 가림막 공사를 하면서 ‘약식회견과는 무관하다’고 한 대통령실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벽 설치 목적에 관해 “외국 대표단 접견 때 일부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이들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약식회견 중단을 선언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가)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라며 약식회견 중단 책임이 언론 쪽에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감탄고토’식 언론관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방송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동남아 순방 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친분이 있던 <시비에스>(CBS)와 <채널에이(A)> 기자만 따로 불러 대화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출근길 회견 중단은 다른 언론사에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모두 문화방송 때문이라고 몰고 가면서 모든 언론이 비틀어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이 지난 18일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고에 책임을 표시하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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