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두고 “진박 감별사보다 심한 사람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호위했던 친박 세력에 빗대 윤 대통령 측근들을 비판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또 ‘당원투표 100%’를 도입하기로 한 당대표 경선 룰 변경이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를 담은 전당대회 규칙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한 걸 두고 “유승민 나와도 막겠다 이 메시지임은 분명한데 오히려 제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사당을 만든다고 당원 100%에 민심을 완전히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윤핵관이 중심이 되어 속전속결로 당헌·당규를 개정한 이유는 “공천권을 100% 자기들이 확보해야 당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생각”이라며 “당원투표 100%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100% 공천 탈락이다, 이런 흉흉한 소리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핵관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유 전 의원은 “제가 당대표가 되면 공천 혁신을 하겠다”며 “윤핵관들 같이 권력에 기생해서 국민들한테 밉상이나 되고 국민들 민심에 거역하는 그런 말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공천에서 배제돼야 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핵관들은 대통령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무조건 입 다물고 감싸고 다른 의견이 안 나오도록 억누르고 당내 민주주의를, 정당민주주의를 완전히 말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윤핵관들은 정말 옛날에 진박 감별사들 그보다 좀 더 심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14년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진박 감별사’라는 용어는 ‘진실한 친박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을 가리켰다.
유 전 의원은 당의 당헌·당규 개정에 침묵하는 영남권 의원들도 비판했다. 그는 “티케이와 피케이, 우리 지지세 강한 지역 의원님들이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당헌당규 바꾸고 민심 없애고 이런 걸 해도 ‘양들의 침묵’ 같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나중에 정말 ‘진실한 윤석열의 사람들’로 공천할 때 티케이와 피케이가 1차 대상”이라며 “본인들을 생각해도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당권과 공천권을 장악하면 2024년 총선에서 대통령실 참모 등 윤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영남권에 공천될 것이어서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 지역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도 성토했다. 그는 “화물연대 문제도 그렇고, 그냥 강하게,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노동개혁이냐, 그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동개혁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노와 사가 노동의 문제와 복지의 문제에서 큰 틀의 합의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등으로 강경대응을 하면서 되레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노동개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강경대응만이 아니라 해법을 내놓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내년에는 연금개혁이든 건강보험 개혁이든 교육개혁이든 이제는 전략을 내놔야 할 때다. 이제는 지난 정권 탓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엄청난 개혁을 하면서 윤 대통령이 왜 야당 원내대표를 한 번이라도 안 만나느냐”며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를 관저에 초청해 막걸리 한 잔 하는 것, 그게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해야 하는 설득”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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