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8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단히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는 헝가리식 정책을 언급한 점이 그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라’거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나 부위원장에 있지 않다’는 의미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나 부위원장을 겨냥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부위원장)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새해 업무보고를 들으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관계자는 이어 “나 전 의원(부위원장)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 더구나 저출산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을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면서 “예산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마저도 예산 조달 방법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안상훈 사회수석이 이례적 브리핑을 자청해 나 부위원장의 ‘헝가리 모델’ 발언을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정면 반박한 데 이어 참모진 다수가 나 부위원장을 저격하는 반응을 보이며 나 부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안 수석 브리핑 뒤에도) 언론 인터뷰에 이어서 또다시 페이스북을 올려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라는 등의 주장을 반복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가 나 부위원장 ‘해촉’ 가능성을 묻자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런 혼선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통령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전당대회와 연관 짓는 ‘정치적 해석’에는 거리를 뒀으나, 안 수석 브리핑에 이어 이날 대통령실 참모들이 연달아 “해촉”까지 언급하며 불만을 표출한 것은 ‘나 부위원장과는 당정 운영을 함께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실질적으로 당무에 관여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주요 당권 주자들이 너나없이 ‘윤심팔이’에 나서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는 모습도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손잡은 김기현 의원을 지난해 11~12월 사이 최소 두 차례 만났고, 이런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큰아들 혼사를 조용히 치른 김 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한 사실도 8일 알려졌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 쪽도 “부부 동반 관저 초대를 받았다”고 지난 4일 언론에 알린 바 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입 의도와 관계없이, 후보들 입을 통해 선거 개입 효과가 충분히 보여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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