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 지지층 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인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친윤계(친윤석열계)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출산시 대출 원금 일부를 탕감해주는 ‘헝가리 모델’을 대통령실과 사전 상의도 없이 기자들에게 밝혔다면서, “나 전 의원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6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브리핑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발언을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일축한 점을 가리켜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볼 때 대통령 뜻은 (나 부위원장은 아니라는 게) 확고한 거 아니겠냐”고 했다. 당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한 신 변호사는 전날에는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친윤계 의원들은 이른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를 중심으로 뭉쳐 김기현 의원을 전폭적으로 밀고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 5일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친윤계 내부의 ‘교통정리’ 시작점으로 본다. 또한 그 이튿날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정책 구상을 공개 반박한 것을 사실상 ‘윤심’의 표면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한겨레>에 “대통령실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시그널이 갔는데 그걸 적당히 알아들어야지. 그렇게 자꾸 확인하려고 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친윤계는 나 부위원장에게 ‘지금 맡은 일에 집중하는 게 어떻겠냐’는 뜻을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18년 원내대변인을 지낸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지난 6일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두 가지를 한 번에 줬는데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맡은 자리가 3개월이 안 됐는데 이를 접고 대표에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나 부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출산시 대출 원금 일부 탕감’ 방안을 대통령실이 전면 부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길 바란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여론조사 지지율 1위’와 ‘호의적이지 않은 윤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당권에 대해서 지금 말할 게 없다. 설 전에는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