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새해 업무보고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성과를 설명하며 역할을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29일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역할 제안’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최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안부 인사 등을 전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과 통화했고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아랍에미리트 쪽과 인연이 깊은 이 전 대통령의 관심과 역할을 요청했다. 아랍에미리트에 세워진 바라카 원전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계약이 체결된 한국 원전 수출 1호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건강이 좋아지면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황이 좋지 않아, 특사 파견 등 구체적 구실에 대한 논의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양국 협력의 진전상황을 진행한 뒤 나중에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
앞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20년 10월 징역 17년을 받았으나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그를 특별사면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6일 “이 전 대통령이 중동 특사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조원 가량의 혈세를 날려버린 것으로 평가받는 엠비(MB)표 자원외교의 대국민 사기극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활용하겠다는 말을 철회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자원외교의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결국 그 전철을 밟겠다는 뜻”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따라갈 게 아니라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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