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친윤계(친윤석열계)가 ‘비윤’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집단 린치를 반복하면서 당 안팎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5일 이진복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안철수 의원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공개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유난히 잘되는 윤-안 연대”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사이가 원만함을 부각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이 수석은 일부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이 윤-안 연대를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언급하고, 안 의원을 겨냥해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기자들에게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자기편이 아닌 당내 인사들에게 집단 공격을 가한 것은 안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주저앉혔고, 당원 100% 경선 규칙 개정과 결선 투표 도입 등을 통해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에도 이중 빗장을 걸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 과정에서도 이들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나 전 의원은 “반윤 우두머리”, 유 전 의원은 “분열 조장 정치인”, 이 전 대표는 “내부 총질 대표”로 낙인찍었다.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임기 2년차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입맛에 맞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당내 딴지걸기 없이 ‘자유롭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뿌리가 약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친윤 당대표'를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이고, 총선 공천을 통해 확실한 지지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단행동이 거듭되면서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에 “3김 정치 시대에도 대통령이 이런 식의 저급한 개입은 안 했다”며 “과도하게 대통령실이 검찰 다루듯 정당을 다루려는 듯, 명백하게 당내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 같다. 이번 당대표 선거가 역대급 정당 민주주의 훼손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표를 만들려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나서는 모습은, 독재정권 때 당대표를 지명한 것을 제외하면 헌정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터져 나왔다. 전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친윤 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슬로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빗대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의원을 향한 집단 린치를 반추해보면 ‘살아 있는 후보를 팔팔 끓는 물에 데쳐 요리해 먹겠다'는 본래 뜻을 의미한 것이 아닌가”라며 “무슨 조폭들이나 하는 짓거리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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