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공격하는 안철수 의원 등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도가 지나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거듭 경고했다. 비윤석열계 후보들에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당 지도부가 김기현 의원 쪽의 노골적인 ‘윤심 팔이’엔 오히려 힘을 실어주자 비윤계 후보들은 반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후보는 간신배니, 자꾸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란 악의적 프레임을 들먹이면서 선거 분위기 자체를 너무 과열하고 혼탁하게 만들어가는데 스스로 자제하길 바란다”며 “윤핵관이니 간신배니 이런 악의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동지로 간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은 “윤핵관에서 너무 무리하게 사람들을 쳐내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구축하고 이익 집단화되는 그런 모습들을 국민들이 제일 싫어한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도 윤핵관을 “간신배”로 규정하며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정 위원장에게 ‘안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를 해달라’고 요청하신 게 맞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안 의원에게 거듭 경고장을 날린 모양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정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윤 후보’ 김기현 의원의 ‘윤심 팔이’에는 눈을 감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식사 만찬을 하고 오찬을 하고 한 것이 관저 그것뿐이겠느냐”, “사저에서도 있었고 제3의 장소에서 있었고 수시로 티타임도 하고 몇 시간씩 얘기도 한다”며 안 의원에 대한 우위를 강조했다. 노골적인 윤심 팔이가 계속됐지만, 정 위원장은 이날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한다”며 윤심의 향방을 오히려 공인해줬다. 당 지도부는 ‘안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신평 변호사(김 의원 후원회장)의 발언에도 눈을 감았다. ‘당을 흔드는 중대 발언’이라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당 지도부의 묵인 속에 신 변호사는 이날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여망을 안고 있다. 그 꿈이 좌절되고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 차단되면 (탈당 뒤 신당 창당이라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하람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진석 위원장 본인이 셀프로 윤심팔이를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럴 거면 차라리 당에서 윤심팔이는 김기현 의원만 할 수 있도록 아예 상표권 등록을 내주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지도부의 ‘윤핵관 용어 금지’ 방침에 대해 “홍길동도 아닌데, ‘윤핵관’은 앞으로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지침을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