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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탈당론에 색깔론까지…국힘, 역대급 진흙탕 전대

등록 2023-02-08 05:00수정 2023-02-08 14:36

김기현, 안철수에 “신영복 존경하나” 이념 공격
‘윤 대통령 탈당 가능’ 발언, 당원 협박 모양새
“이러다 내년 총선서 진다” 당내 불안감 고조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안철수 후보(사진 왼쪽)와 김기현 후보(오른쪽)가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안철수 후보(사진 왼쪽)와 김기현 후보(오른쪽)가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미래·화합이 아닌 과거·분열의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과 강성 친윤석열계의 ‘집단 공격’에 이어 윤 대통령 탈당론까지 등장하더니 시대착오적 이념 정체성 공격까지 거세지고 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집권여당의 퇴행에 당내에선 “이러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쟁 후보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지금도 간첩이 없다고 생각합니까”라며 전날에 이어 색깔론 공세를 키웠다. 그는 안 의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공산주의 대부 신영복이 존경받는 지식인입니까, 사드 배치가 국익에 해를 끼쳤습니까, 햇볕정책 계승 아직도 소신입니까, 천안문 항쟁 탄압한 독재자 덩샤오핑이 롤모델 맞습니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안 의원의) 과거 발언이나 행동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반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 언론노조를 지지하는 안 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될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물은 바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지난 6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이 “(안 의원은)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이튿날 나왔다.

김 의원의 이념 공세는 지지율 위기 국면에서 보수적 당원 표심을 끌어모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지난달 중순 “네거티브 행태를 지양하자”며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포기로 윤핵관의 폭력적 행태에 대한 당 안팎 비판이 커지면서 안 의원에게 지지율 1위를 내준 뒤 윤 대통령까지 안 의원을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하자, 포용이 아닌 배척으로 태도를 확 바꿨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안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말하며 당원들을 협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후보 단일화 효과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열린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정권교체에 일조하지 않았냐. 그걸로 제 생각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 쪽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그러면 왜 후보 단일화를 할 때, 합당하고 입당할 때 왜 가만히 계셨냐”며 “결국 김기현 후보의 지지율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수라장 전당대회에 대한 당내 우려도 커진다. 하태경 의원은 <문화방송>(MBC) 인터뷰에서 “당원들은 (윤 대통령의) 경선 개입으로 볼 것 같다. 당원들이 바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 단일화가 그리 악효과를 가져왔다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는 윤핵관들이 천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당무에 개입하는 걸 보고 당원들은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권력이나 당심으로 민심을 누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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