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교안·안철수·천하람·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1일 대전시 동구 대전대학교맥센터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가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설화인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먼저 꺼내 들어 자충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열린 두번째 당대표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천하람 후보를 향해 “천 후보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지금도 변화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천 후보는 “여전히 ‘바이든’이 맞다고 생각한다. 먼저 질문을 주시니 감사하다”며 웃었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때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회의장에서 그를 만나고 나온 뒤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라고 말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을 두고 당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지속됐고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대통령실이 부각되길 바라지 않는 설화를 다른 후보도 아닌 ‘친윤’ 김 후보가 먼저 들춰낸 셈이다.
당내에선 김 후보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말이 나왔다. 천 후보는 2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토론회에서 질문을 받고) ‘김기현 후보 뭐지? 이거 자책골인데’(라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실에 계시는 수많은 분들도 이 이슈가 재점화되는 걸 불편해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겨레>에 “안 좋은 질문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전에도 윤 대통령 탄핵론을 거론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그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편함을 표시했다.
당 안에서는 윤 대통령이 불쾌해할 만한 이슈를 김 후보가 무리하게 던진다는 말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탄핵론에 이어) 또 헛발질을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이 너무나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전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김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케이티엑스(KTX) 역세권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와 김기현 중 내리꽂는 공천을 막을 사람,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김 후보는 “동지들로부터 가짜뉴스 덮어씌우기로 공격을 받으니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천 후보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며 국민의힘에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대전/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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