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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회 입법조사처, ‘노조 회계장부 정부 제출 의무 없다’ 의견

등록 2023-02-21 19:12수정 2023-02-22 01:04

대법 판례·ILO 협약 근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노조 회계장부’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노조 회계장부’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회계장부 제출을 거부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정부지원금 중단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조가 행정관청에 제출해야 하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의견이 나왔다. 정부가 노조에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 논쟁이 예상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7조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노조법 제14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법 제14조는 “노조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도록 했고, 제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입법조사처의 판단은 노조가 행정관청의 요구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더라도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입법조사처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외부로 반출될 경우 제삼자에게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노조의 자주적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등사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행정기관에 대한 보고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한국이 지난 2021년 4월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도 “국내법(노조법)과 동등한 효력이 있다”며 근거로 제시됐다. 협약 제87호 제3조는 “노동조합이 자유롭게 사업을 수립할 권리”와 “행정기관의 노동조합 권리행사 방해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에 관한 위원회’는 정부는 회계에 관해 통상적인 사항의 제출을 노조에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나 간섭이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 협약 제87조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의원은 “입법조사처에 해석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노조에 일방적으로 회계자료를 요구할수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현재 과태료 부과까지 언급하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불법은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가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노조 334곳에 회계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재정 관련 장부와 서류’도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해산된 7개 단체를 제외한 327개 유효 점검대상 가운데 지난 15일까지 회신한 단체는 120개에 그쳤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전체를 내지 않은 노조는 54개(16.5%)이고, 자율점검결과서나 표지는 제출했지만 내지(속지)를 제출하지 않은 등 일부를 미제출한 노조는 153개(46.8%)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는 조합원들에게 공개되면 족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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