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수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14억달러 늘어난 역대 최대치(6850억달러, 약 889조원)로 설정하고 “범부처 간 협력을 통해 수출 기업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력한 수출 진흥 정책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가장 중요한 활로”라며 감소세가 예상된 올해 수출 목표액을 거꾸로 높여 잡는 총력전을 선언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세계 교역 위축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을 들어 2023년 통관 기준 수출액이 전년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회의에선 올해 목표치를 이전 예측보다 4.7%포인트 높여 지난해 수출액(6836억달러)보다 0.2%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대외적인 여건은 나쁜 편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2.9%(국제통화기금 전망)로, 세계 무역량 증가율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1%(세계무역기구 전망)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환율·유가 변동 같은 불확실성이 짙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무역 장벽이 두꺼워지고 있는 사정도 악재다.
그러나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여러 여건이 나빠지지 않고 조금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리오프닝(코로나 봉쇄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과 아세안·중동지역의 수출시장 확대는 정부가 기대하는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지난해(3.0%)보다 대폭 높여 잡았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더해 반도체 가격 하락, 지난해 상반기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감소세를 보인 뒤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하반기부터 서버 등 고용량 메모리 수요 확대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동차·2차전지·선박 수출은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지속해서 양호한 흐름을 보일 영역으로 꼽았다. 석유제품·화학·철강 수출은 단가 하락 등으로 부진한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정희 대통령은 16년 동안에 수출전략회의를 180회를 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고 도와주지 않는 나라가 없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국가의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들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서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저는 금년에 여기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들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원전, 방위산업, 해외 건설, 농수산식품, 콘텐츠, 바이오, 케이(K)콘텐츠 등 12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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