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당대표,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비윤석열계 ‘천아용인’ 바람은 돌풍이 아닌 미풍으로 끝났다. 당대표는 물론이고 5명의 최고위원까지 친윤계가 독차지했다.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끝난 전당대회에서 뽑힌 최고위원 5명은 모두 ‘당-대통령실 일체’를 강조한 친윤계 후보들이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17.55%의 득표율로 1위를 한 김재원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열린 연설회 등에서 “제가 나서서 윤 대통령을 입당시켰고 정권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2위(득표율 16.10%)를 차지한 김병민 후보는 윤석열 대선 후보 대변인 출신이다. 3위(13.18%) 조수진 후보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껄끄러워하는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차라리 당을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공격에 앞장섰다. 지난해 7월에는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며 이준석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후보(13.11%)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대북 전문가, 외교안보 전문가”를 자임해왔다.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된 장예찬 후보 역시 강성 친윤이다.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을 맡은 그는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1호 청년참모’로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고 말해왔다.
이들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체제를 적극 엄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당대회 초반부터 ‘윤핵관’을 거침없이 직격하고 예비경선에서 친윤계 현역 의원들을 제치며 주목을 끌었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는 단 한명도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하며 참패했다. 당대표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는 14.98%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김용태·허은아 후보는 8명의 출마자 가운데 각각 6, 7위에 그쳤다. 한명을 뽑는 청년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이기인 후보도 18.71% 득표로, 1위 장예찬 후보(55.16%)에게 큰 차이로 밀렸다.
‘천아용인’은 지난달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박성중, 이만희, 이용 의원 등 현역 친윤 의원을 따돌리고 모두 통과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당정 분리를 분장하고,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친윤 주류와는 다른 개혁을 주장했으나,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대표가 만든 이변을 재현하지 못했다.
천 후보는 이날 낙선 뒤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성원을 씨앗으로 삼아 앞으로도 진정한 천하람의 정치를 하고자 한다”며 “보수정치가 과거로 퇴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개혁의 길로 가도록 저와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은 계속 걸어가겠다”고 적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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